벽 있는 회의가 벽 없는 조직을 만든다.
회의실에서 벽은 기억장치가 된다.
천정이나 바닥에 비하여 벽이 가장 보기 편하기 때문에 벽을 기억장치로 삼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벽은 '집단의' 기억장치(group memory)가 된다.
일반적인 회의에서 사람들은 주로 개인의 기억을 관리한다. 노트를 들고 다니며 그곳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기록한다. 다른 사람은 그곳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알지 못한다. 공유의 필요성 또한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개인 기억장치는 보유하고 있는 개인을 도울 뿐이다. 집단으로 모여 있지만, 집단의 사고를 돕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개개인의 개별 사고를 돕는 것에 그치고 만다.
회의나 워크숍은 '집단의' 업무이다.
집단이 집단 업무에서 어떤 논의를 진전시키고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그 결정을 위하여 검토해 온 것들을 집단이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의 단기 기억은 매우 짧아서 전화번호처럼 일반적으로 7개 정도의 숫자를 넘어가면 암기하여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한 번 외웠더라도 수초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만다. 어딘가에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회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훌륭한 주장을 하고, 여러가지 데이타를 거론하지만, 이를 어딘 가에 적어두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고, 회의의 효율은 크게 떨어지고 만다.
또한 논의가 최종 단계에 다다르고 어떤 결정사항이 정리되었을 때 역시 그것을 서로에게 잘 보이는 곳에 적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무엇을 결정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어떤 결정을 하는 지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적어두는 데에도 벽이 가장 바람직하다.
벽이라는 집단기억장치는 그래서 집단의사결정(collective decision making)에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결정을 위하여 논의해온 바를 그 집단 전체가 같은 내용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집단기억의 기능이다.
집단기억은 집단기억장치(벽, 챠트, 화이트 보드 등)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존재한다. 이 집단기억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 많은 회의에서 회의실의 벽은 장식품 걸어 놓는데 주로 활용한다. 일정한 분위기를 형성해 주는 좋은 점이 있지만, 집단기억장치로 활용하는 것이 회의를 효율을 높이는 커다란 요인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집단이 논의 하는 사항을 벽에 잘 적어가면 단순히 논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회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면 벽을 생각해 볼 일이다. 벽은 퍼실리테이터의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회의를 잘 하려 한다면 벽을 꼭 사용하라. 벽 있는 회의가 벽 없는 조직 즉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