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의 삶과 적극의 삶을 함께 살아보기
여길 가나 저길 가나 '호구회피전략'과 '삽질회피전략'이 만연하다.
누군가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당하지 않고, 쓸데 없는 일에 발을 담그는 헛짓을 하지 않아야 하니 일견 훌륭하고 당연한 전략이다.
최근 몇년 동안 많은 조직을 방문하면서 인사조직 담당자를 만나 개선과 발전을 논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머리 속에는 저 두가지의 강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읽혀진다.
'호구가 될 수는 없다. 호구가 될 지 아닐지 모르니 하지 말자.'
'삽질을 할 수는 없다. 삽질이 될 지 아닐지 모르니 하지 말자.'
영웅이 되는 도전이나 적극적인 태도 보다는, 바보가 되지 않는 소극적인 회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최소한의 삶을 살자. 보장되지 않은 것에 에너지를 쓰지 말자. 나도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워라벨을 말하지만, 마음 속엔 라이프가 우선이다.
이같은 회피전략을 구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질 지 불확실하고, 과거의 어떤 경험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본 경험이 있었다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호구가 되었다는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꼴을 당한 동료의 모습을 보았더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공정성이 무너진 세상이 가져다 주는 좌절감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삽질 회피의 경우는 VUCA 세상(https://brunch.co.kr/@giewookkoo/47)과 연결해 볼 수 있다. 변동성과 복잡성이 높은 세상에서 뚜렷한 성공의 레서피를 찾기 어렵다.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준비하여 시도하지만 어느덧 상황이 변하여 하던 일을 접어야 하는 경험이 많아 졌다. 하다가 마느니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현명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관성이 무너진 세상이 가져다 주는 무력감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상이 그렇더라도, 일견 회피전략이 최선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자기 인생의 멋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기 스스로를 약삭빠른 미물로 축소할 필요는 없다.
사고를 좀 더 넓혀 볼 일이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일을 회피하기 보다는 공정의 룰 마저 내가 만들어 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지금의 모든 제도과 구조는 어디서 우연히 저절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와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이 그 힘의 주체가 되지 않을 절대적 이유는 없다.
삽질할 수가 있다는 이유로 일을 피할 필요도 없다. 누구라도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세상을 산다. 혹여라도 내일 죽는다면 오늘까지의 삶은 일견 삽질이다. 내일 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오늘의 삶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내가 하는 일이 성과를 내지 못할지라도 성과를 내기 위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금메달을 딸 수 없을지라도 금메달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최대한 성공을 해내기 위한 정보를 찾고 조직화하되 파악할 수 없는 정보에 좌절하여 일을 아예 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호구회피전략, 삽질회피전략 둘 다 현명한 소극 전략이다.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호혜실현전략
#창의도전전략
이 역시 현명한 적극 전략이다.
함께 공정한 룰을 대화하여 정하여 호구를 만들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VUCA의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목적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 역시 함께 대화하여 찾을 수 있다.
장단점을 생각하듯, 소극과 함께 적극도 생각하면 좋을 일이다. 회피와 함께 도전을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