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업무망인 경조사 게시판에는 생의 이별을 알리는 부음 소식이 수시로 올라온다. 아침에 출근해서 부음 소식을 접하면 삶이 마치 누군가의 부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과의 영원한 이별인 부음은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태어날 때는 계절마다 순서대로 태어났지만, 부음은 계절과 순서를 가리지 않는다.
직장의 업무망인 경조사란에 수시로 올라오는 동료의 부모나 형제의 부음 소식. 부모나 형제를 잃은 동료의 경황없음과 황망한 서두름이 엿보인다. 동료는 돌아가신 분과의 영원한 이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부모나 형제와 맺은 오랜 인연을 갑자기 정리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처리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쁘기만 할 것이다.
사람은 영원한 이별 앞에 서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가끔 직장 동료의 부모님 부음 소식을 듣고 문상 가서 돌아가신 분께 절을 올리고 상주와 슬픔에 대한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상주에게 딱히 위로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그저 돌아가신 분의 나이와 지병이 있었는지 그리고 장지는 어딘지 등 의례적인 것만 묻고 만다.
어찌 보면 우리는 생명의 끈이 다한 분과 이별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이별에 대한 인사도 서투르게 나누는 것 아닐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간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힘들고 다정다감한 마음마저 접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활이 일상화되다 보니 누군가의 부음을 접하고도 상주와 몇 마디 밖에 말을 나누지 못하고 황망하게 돌아서는 것 아닐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생명의 끈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이 진실한 삶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남과 이별에 대한 정리는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은 꽃이라기보다 생명의 절규다. 보통 꽃은 나무에 잎이 어우러지고 나서 핀다. 그런데 봄꽃은 나뭇잎의 도움이 없이 홀로 외롭게 피어난다.
나뭇잎의 도움 없이 피는 꽃이 과연 아름다운 꽃일까? 목련꽃과 벚꽃은 흰색, 개나리꽃은 노란색, 진달래는 분홍색이다. 나뭇잎이 없는 꽃의 색깔이 전해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흰색은 처연함이 노란색과 분홍색은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그만큼 봄꽃은 사람의 마음을 처연하고 슬픔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다. 나뭇가지에서 저 홀로 피어난 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봄을 찬양하고 찬미한다.
그런 봄꽃에는 생명의 절규를 넘어 겨울의 추위에 대한 인내와 고통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봄꽃에는 처연함과 슬픔이 더욱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봄꽃인 벚꽃이나 개나리꽃이나 목련꽃을 바라보면 생명의 위대함과 승화된 삶의 찬란함이 느껴진다. 봄에 접하는 사람의 부음에도 생명의 처연함이 묻어난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처참하게 지듯이 생명도 다른 계절보다 봄에 마감하는 것이 더욱 처연하다. 봄꽃이 찬란하게 피어오르다 한순간에 지듯이 생명도 생의 찬란함을 뒤로하고 봄꽃처럼 사라지는 것 아닐까.
○○의 부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와 너와 우리라는 인연이 없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다정하게 알고 지내던 사람의 그림자가 초연히 사라지는 것일까?
세상을 홀연히 등진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세상에 흩뿌리고 간 인연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면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끔 직장 동료의 부음 소식을 듣고 문상 가서 접하는 것은 영원한 이별의 방식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다. 장례를 특별하게 치르면 생명의 흔적이 오래 남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생명이 다한 사람을 두고 믿음에 따라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인다.
어떠한 것이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은 내리지 못하겠다. 다만 생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의 부음을 접하며 찬란한 봄을 노래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듯이 봄이라는 계절에 부음을 되새겨 보는 것 또한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부음이나 봄꽃에는 공통점이 있다. 봄꽃과 부음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슬픈 노래와 삶을 마감한 이별의 노래가 들어있다.
그래서 봄꽃보다 부음을 접하는 마음이 더욱 슬프고 가슴을 옥죄는 고통을 느끼게 한다. 하늘에 희뿌연 황사가 만연한 날에도 인생의 문을 여는 계절이 창밖에서 순서 없이 밀려온다.
따뜻한 봄날 아침 업무망인 경조사란에서 ○○의 부음 소식을 접하며 신산한 슬픔을 느끼고, 출근길에 목련꽃의 향기를 우울하게 맡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신세다.
그 누가 일상의 고달픔과 고단함을 알아줄까. 아침부터 ○○의 부음을 접하는 슬픔의 이별 연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