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아래 근무하면서 관악산을 등산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마침 지인이 관악산을 오른다기에 함께 동행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에 나서면 언제나 즐겁다.
산을 오르면 나를 포옹하는 듯한 기분과 산의 정기가 느껴지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관악산은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과천에서, 사당에서, 안양에서, 봉천동에서 올라갈 수 있어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십여 년 전 과천에 살던 때 자주 올라갔는데, 모처럼 관악산에 올라가려니 옛 생각도 나고 마음도 상쾌하다.
과천향교 위 매표소에서 일행을 만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관악산은 돌이 많은 산이다. 악산은 대부분 돌이 많고 돌은 남성의 울퉁불퉁한 근육을 닮았다.
산을 오르면서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리거나 마음이 흐트러지면 넘어지고 만다. 산을 올라가다 계곡에 들어서면 산이 사람을 넉넉하게 감싸주는 듯하다.
산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가르치지 않고 찾아오는 누구나 받아주는 덕을 품게 한다. 일행과 산을 오르자 이전에 볼 수 없던 구름다리가 나왔다.
지난해 폭우로 돌이 떠내려와 등산길을 막게 되자 나무로 다리를 놓고 건너가게 만들었다. 땅을 밟는 대신 구름다리로 올라가 걷자 느낌이 색다르다.
자연의 힘은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란 생각이 든다. 관악산에 올라가며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면 물이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여름에 홍수가 나면 계곡에 물이 들어차서 나무를 쓰러트리고, 커다란 돌이 떠내려와 물길을 다시 만들거나 길을 바꾸어 버린다.
사람은 자연이 베푸는 대로 살아가야지 자연을 거슬러 살아갈 수는 없다. 관악산은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갈 수 없다. 돌도 많고 경사도 심해 도중에 한 번은 쉬고 올라가야 한다.
아침에 등산한다고 서둘러오는 바람에 식사를 거르고 왔다. 산을 오르는 중간에 계곡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식을 먹었다. 일행과 간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다가 다시 일어섰다.
관악산 등산에서 제일 힘든 곳은 연주암 도착 전의 돌계단이다. 그곳까지는 힘이 들지 않았다. 돌계단을 운동할 겸 속보로 단숨에 올라갔다.
연주암에 올라가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며 가빠졌다. 내가 서둘러 올라가는 바람에 일행은 뒤로 처졌다. 연주암 마루에 걸터앉아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방금 올라온 산을 내려다보았다.
산을 올라오는 사람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옷이 가을의 단풍잎처럼 눈에 들어왔다. 등에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결을 이루었다.
잠시 후 일행 중 일부가 도착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올라오지 않아 기다렸다. 그렇게 근 십여 분을 기다려도 올라오지 않아 연주암 아래를 내려다보며 찾아보았지만, 그 사람이 보이 지를 않았다.
일행이 전화하더니 연주암을 지나 벌써 연주대를 바라보며 올라가는 중이란다. 일행과 서둘러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연주대를 향해 올라갔다.
관악산의 절경은 연주암부터 연주대까지다. 그 길을 올라가면 과천과 의왕과 안양과 성남 등 관악산 남쪽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관악산 정상 아래 벼랑 끝에 세운 암자를 바라보면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풍경에 눈이 크게 떠진다. 자연과 인공이 일치된 아름다움의 극치는 바라볼수록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어떻게 해서 벼랑 끝에 암자를 세운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 믿음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불가사의한 것을 만나면 기적이란 말과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풍경에 숨이 막힐 정도다.
그때마다 몸에서 솜털이 일어나고 섬뜩한 마음이 인다. 불가사의한 일은 언제나 믿음이나 아니면 독재가 전제된 곳에서 일어난다.
연주대를 올라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앞서간 일행을 만났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에 올라가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연주대 정상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자 시원스럽게 펼쳐진 계곡과 관악산을 둘러싼 사방의 도시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확 트이면서 속이 후련해졌다. 등산은 정상에 올라가야 기분이 한껏 상승한다. 산 정상을 밟지 않으면 등산을 갔다 온 느낌이 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등산 갔다 왔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관악산 연주대 정상에서 드넓게 펼쳐진 풍광을 즐기고 일행과 벼랑에 세워진 암자를 찾아갔다. 좁은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나한성중’이란 스님의 독경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스님의 독경 소리에 따라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나한이란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깨달음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이곳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면 특별한 기운을 전달받을 것 같다. 일행과 암자에 내려가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독경을 읊는 스님의 얼굴이 보고 싶었지만 포기해야 했다.
암자의 마당도 좁고 아주머니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어 공간이 별로 없었다.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으며 일행과 암자를 빠져나왔다.
암자에서 연주대를 거쳐 연주암을 향해 내려가는데 절벽에서 스님의 “나한성중”, “나한성중….”이란 독경 소리가 빗방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으며 연주대의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행과 점심을 먹었다. 산에 올라와 김밥과 통닭을 먹으니 맛이 꿀맛이다.
점심을 먹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을 올라오는 울긋불긋한 사람들과 드넓게 펼쳐진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자 마음은 저절로 자연의 바다에 깊숙이 빠져든다.
연주대 산기슭에서 일행과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산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느낌이 서로 다르다.
산을 올라갈 때는 얼굴에 힘이 들어가고 인상을 쓰게 된다. 그러다 내려가는 길이 되면 얼굴에 웃음과 여유가 생겨난다.
그래서 산을 올라가는 사람은 입이 닫혀 있고, 내려가는 사람은 열려 있나 보다. 산을 가슴에 품었다는 포만감과 산 정상에 올랐다는 기분이 사람의 마음에 여유와 웃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
나는 관악산을 내려갈 때는 쉬지 않고 단숨에 내려갔다. 산을 올라갈 때 두 시간이 걸렸다면 내려갈 때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산을 내려와 매표소에 도착하자 등에 땀이 나면서 속옷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주말에 관악산 등산이라도 자주 해야겠다.
일행과 출발할 때 만난 장소에서 다시 만나서 헤어지고 등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