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활 리듬이 틀어지면 그날 하루는 무기력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 몸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머리도 멍해지고 몸이 나른해서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진다.
몸이 늘어지면 글을 쓴다거나 책을 읽는 것도 버겁다. 그렇게 하루를 비슬비슬 보내다 저녁을 먹고 초저녁에 잠이 들고 이튿날이 돼야 몸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침에 몸이 흐트러진 원인은 새벽 두 시경에 잠이 깨어서다. 한밤중에 잠이 깨면 대개는 그대로 누워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렸다.
새벽 두 시부터 하루를 시작했으니 아침에 생활 리듬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는 없다. 동이 틀 무렵까지 무언가를 끄적거리다 다섯 시쯤에 집을 나와 천변을 걸었다.
천변에서 걷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 몸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그런 상태에서 아침을 먹자 몸이 축 늘어져서 종일을 빈둥거리며 보냈다.
오늘은 새벽 4시쯤 새소리에 잠을 깼다. 아침에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와 걷기 위해 천변에 나갔더니 기온은 어제보다 서늘하게 다가온다.
어제는 비가 와서 그런지 대기의 기운이 차갑게 와닿는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장지천에 들어서자 동이 트며 붉은 기운이 사방에 뻗쳐온다.
태양의 기운을 받아가며 천변을 걷는데 좌측에는 물류센터가 우측에는 햇살에 비친 가든파이브의 불그레한 햇살이 눈에 비친다.
이른 새벽에 나와서 그런지 천변을 걷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장지천을 따라 동부간선도로 아래까지 걸어가자 아침 해가 산 위로 불쑥 솟아올라왔다.
장지천이 탄천에 합류하는 곳에 도착하면 천변길이 성남과 수서로 갈라진다. 그곳에 다다르면 언제나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까 망설이게 된다.
오늘은 성남으로 갔다 오기로 길을 정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제방길로 올라갔다. 제방길로 올라가자 제방 옆에 자리한 양지중앙교회 건물이 보인다.
교회 주변에는 우람한 미루나무와 플라타너스가 몇 그루 자라고, 앞뜰에는 고추와 상추, 파와 오이 등을 심은 텃밭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마다 물을 주는 아저씨를 보았는데 오늘은 보이 지 않는다.
교회를 지나 한참을 걷다 다시 천변길로 내려가자 대곡교가 보인다. 좌측 동부간선도로에서는 끊임없이 오고 가는 차량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고 우측에는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천변길을 걸어가는 기분과 느낌이 매일 다르다. 누군가와 말을 건네지 않고 조용하게 걸어가면 마음속에는 갖가지 상념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무리의 사람과 나와 같이 산책하러 나온 사람이 간간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요즈음 코로나로 실내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천변으로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발생되기 전에는 천변을 걷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천변을 걷는 사람의 행태가 사람의 개성처럼 다양하다. 핸드폰에 눈을 고정하고 걷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부부가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 앞만 보고 걷는 사람 등 걷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천변길을 따라 성남까지 가자 우측에는 비행장이 좌측에는 하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다. 이곳까지 근 사십 분 걸렸다. 성남비행장을 우측에 끼고 천천히 걷다 제방길로 올라가 방향을 틀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 이곳에서 돌아가면 만 보 이상 걷는다. 건강을 위해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천변을 따라 걷기만 한다.
제방길을 걷다 보면 민자고속도로 밑에 사람이 쉴 수 있는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그곳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난 뒤 다시 천변길로 내려와 터벅터벅 걸었다.
탄천은 넓은 한강만은 못하지만, 폭이 꽤 넓은 편이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버드나무와 억새와 잡풀도 무성하다. 천변을 걸으니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깨어나자 기운이 솟아난다.
아침에 천변을 걸으며 느끼는 기분이 참 좋다. 매일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가끔 이런 상태의 기분이 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그에 따라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걷는 속도도 빨라진다.
천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장지천이 탄천에 합류하는 지점이 다시 나온다. 그곳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처음 걷기를 시작할 때는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운동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걷는 양을 좀 늘리자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금은 아침에 천변을 걷지 않으면 낮에는 몸이 근질거릴 정도다. 아침에 걷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몸은 개운해지고 머릿속은 맑아지고 마음에는 싱그러운 기운이 솟아난다.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아침마다 천변에 나와 걷는지도 모른다. 내일도 오늘처럼 붉은 해를 맞이하며 천변이나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