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는 설레임

by 이상역

직장에 근무하면서 우연한 계기로 글짓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차치하더라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흉내를 내고 있으면 도낏자루 썩는 줄을 모른다.


그런 시간이 마음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따져 보지 않았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파일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다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덧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글을 써놓고 퇴고와 다듬는 작업은 언젠가 끝내야 하는데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어 고민이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글이란 기호도 시간과 세월을 따라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파일에 저장한 것을 다시 꺼내어 읽거나 다듬기를 하다 보면 글을 쓸 당시와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 짓는 작업은 끝도 없고, 앞뒤 순서도 없고, 가르쳐 주는 스승도 없는 고독한 길이 아닐까.


아직은 글 짓는 솜씨가 부족해서 써 놓은 글을 자주 기웃거리는 신세다. 오늘도 책상에 앉아 궁상맞게 무언가를 끄적거리지만, 마음을 집중하면 할수록 통로 없는 캄캄한 동굴에 갇혀 사는 기분이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글을 써보려고 마음을 다져 잡으면 매번 문전만 서성이다 돌아설 때가 많다. 그리고 주제를 정하고 글 짓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남자가 여자를 사귀기 위해 다가가는 심정과 글쓰기는 비슷하지 않을까. 남자가 여자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아무리 옷과 얼굴을 꾸며도 여자는 남자의 그런 모습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글도 마음을 가다듬고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번번이 면박을 당한다. 글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대문 안에 꼭꼭 숨어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 얄미운 존재다.


이번에 모은 글에는 그간 글쓰기와 관련한 다양한 글제가 들어 있다. 한 곳에 다양한 글제를 모아 놓고 읽어보니 글과 관련한 고민과 고충이 행간을 서성이며 미소를 짓는 것 같다.


어떠한 글이든 글제마다 나의 마음과 색깔이 들어있다. 글에 숨겨진 마음과 색깔을 어떻게 밝힐 것인가는 글을 읽는 분의 마음에 달렸다.


글 짓는 마음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시련이다. 세상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이 글짓기도 마찬가지다. 글짓기에 서투르게 빠져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고민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제를 한 곳에 모아 보니 언제 이렇게 많은 글을 썼나 하는 채움의 듬직함이 솟아난다. 아무쪼록 글에 담긴 나의 잔잔한 마음과 색깔이 글을 읽는 분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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