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창

by 이상역

취미는 여유를 갖고 즐겁게 애호하는 것을 말한다. 언젠가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본 적이 있는데 취미란에 독서라고 적혀 있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반 강제로 적은 것이 독서다. 나이가 들어 직장 생활하면서 독서는 취미 삼아 읽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독서도 시간과 여유를 가져야 하고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독서의 즐거움은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요즈음 책을 읽으면서 은은한 기쁨을 맛보았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두막 편지』 등 수필집을 읽으면서 스님의 삶을 그대로 글에 체화시켜 표현한 것을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스님이 산속 오두막에서 보내는 삶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글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도 스님이 살고 계신 오두막과 다를 것이 없다. 스님은 오두막에서 겪은 생활과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체화시켜 글로 표현했다.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으며 공감한 바도 크다. 소로가 직장생활을 접고 숲에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자연을 관조하며 사색한 것을 표현한 것이 『월든』이다. 당시 소로가 예견한 삶과 환경 문제가 오늘날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보고 소로의 생각이 마치 미래를 예언한 글처럼 다가왔다.


글의 위대성은 시대와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어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명한 소설이나 시와 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에는 보편성이 담겨 있다.


종종 책을 읽으면서 학창 시절 취미를 독서라고 적은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맑고 투명한 영혼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즐거움이 아니라 글을 쓴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소통하는 마음과 즐거움에 충만함이 배가된다.


독서는 삶을 다양하게 체험하고 여행하는 길이다. 그 길에서 때로는 시인이나 소설가나 화가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들과 영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삶의 지혜를 얻고 속살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대상도 성장하면서 달라진다. 유년 시절엔 동화를, 소년기에는 보물섬과 같은 탐험이나 무협지를, 청년기에는 연애나 문학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지천명을 바라보자 시집이나 수필이나 여행서가 눈에 더 들어온다. 글을 대하는 마음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듯이 나이에 따라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눈이 성장한 것이다.


독서는 체험하지 못한 삶의 지혜를 배우고 갈 수 없는 미지의 길을 안내하는 파수꾼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체험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또한 일상에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거나 안내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세상은 스스로 직간접으로 부딪치고 마주해야 길이 열린다. 책에는 내가 살아오며 바라본 세상보다 더 넓고 깊고 심오한 세상이 담겨 있다.


파란 하늘과 너른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듯이 넓은 사상을 지닌 글을 만나면 영혼이 광활해진다. 더불어 머리를 빛나게 해주는 지혜의 천둥소리를 만나면 마음은 커다란 풍랑을 겪는다.


가끔 책을 읽으며 도그마와 같은 절대 진리의 세계와 당당하게 맞서는 영혼을 만난다. 그동안 절대적 진리라고만 믿었던 세계에 마음이 가까워지면 짜릿한 흥분과 쾌감이 파도를 탄다.


내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진리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갈 때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근원을 생각하는 본능적인 힘이 꿈틀거린다.


독서는 책을 읽으며 느끼는 만족의 쾌감이 아니라 저자와 눈높이 대화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지금껏 삶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 준 스승은 몇 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도움을 받거나 미래의 길을 열어준 스승은 많다. 그때마다 티베트의 설산을 간 적도, 인도나 아프리카의 검은 대륙도 갔다 왔다. 독서를 통해 지구촌이 곁으로 다가왔고, 저자를 존경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그저 남은 생애에도 독서와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만큼 독서는 영혼을 맑게 하고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그간 독서로 인생의 새로운 항로를 열었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지혜를 얻고 영적인 대화를 통해 마음의 돛을 튼실하게 키우고 싶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독촉에 어쩔 수 없이 생활기록부에 취미를 독서라고 적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재미에 빠져들수록 마음은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언젠가 TV에서 팔순 할아버지가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할아버지는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글까지 써서 몇 권의 책까지 출간했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이나 벗 삼아 읽으며 글이나 써보고 싶다. 그러다 혹여라도 내가 쓴 글이 유명한 책이 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어떡하나 하는 부질없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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