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by 이상역

코로나로 바깥 활동에 제한을 받자 대기가 한층 맑아졌다. 특히 중국에서 코로나로 도시 봉쇄와 외출 제한 등에 따라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서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대기 중에 황사나 미세먼지는 햇빛 투과를 차단해서 더위를 막아 주는 완충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황사나 미세먼지가 현저하게 줄어들자 여름철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무덥기만 하다.


어제는 서울 기온이 36°까지 올라가서 여름날의 한나절처럼 무덥고 습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제가 여름을 알리는 하지였다. 여름이 시작되는 절기에 벌써 36°까지 올라가니 이번 여름은 무더위로 고생할 것 같다.


여름에는 무덥고 습한 것이 당연한 것인데 여름 초입부터 무더우면 본격적인 여름철에는 무더위를 이겨내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무더위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이번 여름은 이래저래 무더위도 피할 수 없고 굵은 땀방울을 뻘뻘 흘리며 보내야 할 것 같다. 여름에 무더우면 사람들의 짜증과 불만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거기다 입에 마스크까지 쓰고 활동해야 해서 사람들의 짜증과 불만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로연수 기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평소 느끼지 못한 생활 소음에 짜증만 늘어간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날카로운 기계음 소리가 몇 시간째 들려온다.


아파트 단지 사잇길에 방지턱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소리는 듣기가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다. 또 하늘에서 간간이 떠가는 비행기 소리까지 들려와서 시끄럽지만,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거리는 중이다.


아침부터 날씨가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창문을 열자 외부의 소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들어온다. 무더위와 씨름하면서 소음과도 동거할 수밖에 없다.


날씨가 덥다고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 생활 소음과 씨름하며 하루를 보내는 신세다. 집에 있으면 이런저런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소음이 나도 참고 더위도 이겨내고 있다.


금년도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공로연수 기간에 여행도 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소원한 것은 거의 이루 지를 못했다.


그런데도 시간은 벌써 유월의 끝자락에 들어섰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이 더디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시간은 해안가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여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계획과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충실하고 의미 있게 무더위도 이겨내며 보낼 계획이다.


직장과 사회생활을 완만하게 잇는 가교역할이 공로연수다. 공로연수 기간에 집에만 가만히 앉아서 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년부터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내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라고 충언해 주는 사람은 없지만 나름 잘 준비하고 계획해서 살아가는 것은 온전한 나의 몫이다.


가는 길이 어떠한 길이든 잘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적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힘을 길러야만 한다.


사회인이 되면 나를 둘러싼 상사의 지시나 명령이나 규칙은 사라진다. 아마도 직장에 근무할 때보다 덜한 강도와 압박이 사회에서 작용할 것이다.


여름 초입부터 무더위를 노래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등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무더운 날이다. 창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등 뒤에서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다가올 여름날을 생각해 본다.


이번 여름에는 다른 해보다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무더위를 견뎌낼 방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이 찾아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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