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여행

by 이상역

여행은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호기심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여행은 낯선 시선의 동경이자 삶의 나눔이다.


나는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 주중에는 세종에서 지내고 주말이면 서울 집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 한 주가 끝나는 주말이면 서울에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봇짐을 싸서 떠나야 한다.


내가 가는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낯익은 곳을 찾아가는 떠남이다. 어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주말이면 세종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세종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다.


시원한 바다나 산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서 설렘이나 동경하는 마음은 덜하다. 세종에서 차를 운전해서 서울로 올라가면 근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지만 주중에 홀로 지내는 삶의 먹거리가 필요해서 승용차를 운전해서 간다. 세종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공주, 천안, 평택, 안성, 오산, 화성, 수원을 지나간다.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은 스쳐가는 것이 되지만 걸어서 여행을 다니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행은 낯선 곳에 도착해서 만나는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과 낯선 건물이지만 내가 가는 여행은 차에 앉아 창밖을 통해 만나는 낯익은 풍경과 낯익은 건물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삶이 곧 여행이듯이 세종과 서울을 오고 가는 것도 여행이자 삶이다. 비록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다니지만 점점 흥미롭고 재미가 있어진다.


내 삶의 팔 할은 길 위를 떠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한 시절도 길 위를 떠돌지 않은 날이 없다. 삶이 길 위에서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듯이 도로 위에도 성장과 성숙이 깃들어 있다.


주말마다 도로 위를 떠돌며 산다지만 이런 삶마저 고맙고 감사하다. 내 삶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길 위에서 삶을 누리며 산다는 것이 즐겁고 웃음이 피어난다.


무더운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장마로 걱정이다. 세종과 서울을 오고 가는 여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다. 주말에 소나기라도 쏟아지는 날은 여행을 가는 것도 꺼리게 된다.


그런 날은 여행을 포기하고 세종에 눌러앉아 홀로 고독하게 주말을 보낸다. 여행이 날씨나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날이 발생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내 삶이 무엇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일까. 그리고 언제 다시 지금의 자리를 떠나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 찾아올까. 그런 날이 다가올 때까지 지금이란 시간을 즐기며 하루를 맞이하고 보내기를 반복할 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까. 여행이 좋은 것은 여행을 가는 것보다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즐거움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여행을 다녔지만 주말마다 떠나는 여행이 더욱 기다려진다. 비록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도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는 사람도 없는 여행이지만 내 몸을 차에 싣고 둥실둥실 파도처럼 길 위를 떠도는 여행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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