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가득한 삶

by 이상역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으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류시화, 「들풀」).

나의 삶도 시인의 노래처럼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밟히고 채이고 부대끼며 맨 몸으로 지탱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삶에 지쳐 힘없이 쓰러져가는 가망 없는 바다에서 희망이라는 조각배에 의지하여 힘겹게 오늘까지 살아온 것 같다.


들녘에 저 홀로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은 자기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근원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맨 몸으로 살다가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자신의 존재를 바람에 날려 보낸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를 몰라 바람에 실려 구름 따라 떠나보내는 것이다. 나도 내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을 모르겠다.


어머니의 힘을 빌려 이 세상에 나왔지만 내가 가야 할 궁극의 종착역이 어딘지를 모르겠다. 이승의 삶이 다하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길은 아무나 가면 받아주는 그러한 곳인지 내게는 영원한 미궁이다.


나의 삶도 온갖 비바람을 맞아가며 살아가는 들풀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가 불어와도 폭풍우가 밀려와도 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들풀의 질긴 생명력을 생애에 불어넣으며 열정을 다해 살아가야겠다.


바람에 밀려왔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하늘의 구름처럼 나의 자리도 내가 없어지면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머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남긴 씨앗도 나처럼 고독하고 외롭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겠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곤 들녘에서 홀로 자라는 씨앗에게 불어주는 바람 정도의 미미한 힘만이 미치리라. 내 자식도 길가에 떨어진 들풀의 씨앗처럼 우리를 통해 나왔듯이 자식들도 질긴 생명력을 이어받아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낼 때쯤 깨닫게 되겠지.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들풀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울타리가 있지만, 내게는 가족과 사회라는 좁디좁은 울타리밖에 없다. 들풀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맞서 지혜롭게 살아가지만, 나는 가족과 사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 부딪치며 살아가야 한다.


들풀과 나는 살아가는 목적은 같은데 생명력을 일으키는 배경과 맞서 싸우는 대상은 서로 다르다. 들풀이 나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들풀은 그 누구의 관심이 없어도 홀로 꿋꿋하게 자연에서 살아가지만 나는 주변의 누군가에게 사랑과 관심의 부족함을 느끼면 곧바로 쓰러질 것처럼 나약하다. 대자연을 가슴에 안고 어떠한 유혹과 시련에도 이겨내며 살아가는 들풀의 삶을 내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바람 가득한 삶을 꿈꾸며 텅 빈 마음으로 가리라는 무소유의 삶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이란 들풀처럼 자연에서 떠돌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런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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