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디서 왔니

by 이상역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비행사가 “꼬마야? 넌 어디서 왔니, ‘네가 사는 곳은 어디쯤에 있지’"라고 묻는다.


비행사가 여러 번 물었지만 어린 왕자는 묻는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비행사가 어린 왕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오랜 시일이 걸렸고 우연히 하는 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물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국내에 있느냐 국외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게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국내에 있다면 "한국, 충청도, 진천, 상계리, 멱수, 어머니 등등"이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만약 국외에 있다면 "아시아, 코리아, 남한 등등"이라고 답할 것다.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물으면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 어디서 왔는가를 깊게 생각해 보고 고민해 가며 근원을 따져봐야 한다.


요즈음 손주를 안고 밖에 나가서 종종 "담아!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손주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손짓으로 대답한다.


손주에게 "이것은 꽃이다."라며 사물이나 동식물에 대한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주가 한 번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질문도 필요하다.


"담이는 어디서 왔을까", "여기가 어디야", 지금 어디 가지", "나무는 왜 이곳에 있을까" 등등 손주가 말을 알아듣던 알아듣지 못하던 근원에 대한 것을 물어보곤 한다.


손주는 내 질문을 받으면 나름 생각하는 척하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거나 웅얼거리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대답한다.


손주는 이십이 개월이 되어간다. 이십이 개월이면 옆에서 하는 말 대부분을 알아듣는데 답을 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 손주에게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뜻에서다.


우리말이 어렵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근본이나 원리를 말해 주려는 것이다. 손주에게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한번 근원을 생각해 보라는 뜻에서다.


아이에게 숫자나 동식물 이름을 가르치는 것은 눈에 드러나지만 사물에 대한 근본이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고 머릿속에 머물거나 흡수되어 생각의 밑바탕을 형성한다.


어린 시절에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넌 어디서 왔니?"라고 묻는 것은 인간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근원에 대한 질문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깊이와 유추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아직은 손주가 어리지만 자신의 고집과 아집이 생기면 할아버지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둘씩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반복적인 훈육은 언어를 터득하고 깨우치는 지름길이다. 가르치기 쉬운 말이나 단어에도 뿌리는 있다. 그 뿌리를 어떻게 밝혀주고 깨우치게 할 것인가는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와 생각에 달려 있다.


아직은 손주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준은 아니지만 언젠가 대화를 나누게 되는 날에는 그간 손주에게 질문했던 것을 모아 다시 질문을 해보고 싶다. 그중에 첫째가 "넌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이다.


최근 손주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배우는 것도 있고 반대로 할아버지가 손주를 가르쳐 주는 것도 있다. 삶과 배움은 주고받는 나눔과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손주가 글을 배워 책 읽을 수준이 되면 손주와 함께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읽어가며 생각의 틀도 넓혀 주고 '어린 왕자'처럼 꿈을 꾸며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며 함께 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쓸쓸한 빗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