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관 가는 길

by 이상역

매주 목요일마다 구민회관을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구민회관까지 가는 골목길에는 이웃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을 만난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러하듯이 회관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떡집, 꽃가게, 중개사무소, 금은방, 음식점, 미용실 등이 늘어서서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린다.


내가 구민회관을 가는 목적은 삶의 본질적인 것을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고 부차적인 것을 구하러 간다. 삶의 부차적인 것은 본질직인 것보다 덜 급하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골목길에서 가계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질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웃으며 반기지만 구민회관에 가면 웃으며 반겨주는 사람도 만나서 반갑다고 웃어주는 사람도 없다.


골목길은 삶의 골목으로 이루어진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진 길은 서로 연결되고 삶도 맞닿아 있다. 내가 사는 곳도 골목이지만 골목길은 내가 오기 전부터 골목에 서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지켜왔다.


도시에 살면서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옛 길을 걸어가면 기분이 좋고, 골목길에서 막다른 골목을 만나도 기분이 좋다.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과 길과 상점을 만나며 사는 것도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걸어가는 골목길의 길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다양한 행태의 삶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고 왠지 모를 정에 이끌린다.


사람들이 깃들어 사는 골목길을 구경하며 걸어가면 내 팔을 잡고 무엇을 사달라거나 어서 와서 물건을 보고 사가라는 호객행위도 없다. 골목길에 펼쳐진 상가는 별반 달라진 것도 없고 가계를 무심하게 지키는 아저씨나 아줌마의 얼굴 표정도 그대로다.


그런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왜 이곳에 발을 얹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사람이 별로 찾아오지 않는 골목길에서 상점을 지키는 주인은 어떤 연유로 이곳에 가계를 얻어 살게 되었을까.


구민회관을 향해 걸어갈 때마다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 사람들은 나처럼 특별한 사연보다 서울에 올라와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곳까지 흘러와 살게 되었노라는 대답이 들려오는 듯하다.


골목길을 누비는 발걸음이 깊어갈수록 도시 생활도 익숙해져 간다. 도시의 생활이지만 삶은 도시의 변두리에 변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지금까지 서울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아왔지만 어디서나 골목길을 옆에 끼고 살았다. 구민회관을 가는 길에서 만나는 상점이나 가계도 이곳에만 존재하지 않고 서울 어디에나 존재한다.


구민회관을 찾아가는 날은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은 골목길에서 누구를 만나고 상점 주인은 바뀌지 않았는지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연 가계가 있는지 등 온갖 것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런 상념에 젖어 골목길에 들어서면 흥미진진한 일상이 기다린다. 상점의 간판이 바뀌거나 주인이 바뀌거나 상점이 문을 닫고 새로운 상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바쁜 일손을 만나곤 한다.


비록 구민회관에 삶의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것을 얻으러 간다지만 골목길에서 만남은 본질적이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장에서 다양한 인생을 만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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