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태어난 손주에게

by 이상역

담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가 우리 곁에 온 지도 벌써 두 해가 되었구나.


네가 태어난 결실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구나. 가을은 봄과 여름에 흘렸던 수고를 수확하는 풍성한 계절이란다. 첫돌 행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두 번째 생일이 돌아왔으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담이의 생일 선물로 무엇을 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이렇게 편지라도 써서 축하해 주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네가 세상에 태어나서 배밀이하다 뒤집기 하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 일어서서 한걸음 한걸음 걸음마 하는 단계로 성장하던 과정이 꿈결처럼 지나갔구나.


네가 한 단계씩 성장할 때마다 함께 손뼉 쳐 주고 응원해 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뜀박질할 정도로 자라서 양가에 웃음을 안겨주니 고맙구나.


할아버지는 담이의 말과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웃음을 짓는 나날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특히 최근 말이 부쩍 늘어나면서 양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말솜씨에 경이로움을 느낀단다.


할아버지 소망은 담이 혼자 낮잠을 잘 자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낮잠을 재우면서 '고향땅' 노래를 너무 많이 불러서 이제는 싫증이 난다. 어쩜 너는 '고향땅' 노래 외에는 들으려고 하지를 않니.


할아버지도 낮잠을 재우며 트로트나 다른 동요도 부르고 싶은데 네가 다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 등산할 때 혼자 부르고 있단다. 네게 많은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데 '고향땅' 노래만 고집하니 아니 부를 수도 없단다.


담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뛰놀이방방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종종 말했는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든 건강하게 원하는 꿈을 찾아서 가기 바란다.


오늘 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엄마 아빠와 양가 가족 모두가 모였단다. 그만큼 담이는 양가 집안의 소중한 보물이자 아끼고 사랑받는 사람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담아! 할아버지가 보기에 너는 참 기억력이 좋은 아이란 생각이 든다. 담이와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나무와 꽃 이름을 알려주는데 그것을 기억했다가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랍고 신기했단다.


어른에게 말해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담이는 머릿속에 기억했다가 말하는 것을 보고 너의 기억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말해준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집중력이 좋다는 의미다. 양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하는 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성장하면서 지혜롭게 사용하는 사람으로 자라기 바란다.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러만 간다. 담이도 가을에 태어났으니 꿈은 높게 마음은 맑고 밝고 푸르게 품어서 양가에 희망과 웃음과 행복이 피어나는 빛나는 무지개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


할아버지가 담이에게 바라는 것은 오롯이 건강하게 하루하루 행복한 웃음을 선사하며 씩씩한 어린이로 자라는 것이다. 그런 아이로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응원하고 밀어줄 테니 잘 자라거라.


끝으로 나중에 네가 글을 쓸 줄 알게 되면 꼭 답장해 주기 바란다. 그럼 이만 펜을 놓는다.

2025.9.13. 상역 할아버지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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