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by 이상역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꽃밭에서',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꽃밭에서' 노래는 6.25 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에 발표되었다. 집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는 어린이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서정적인 멜로디가 정겹고 그리움을 호소하는 애절한 노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집 마당에 꽃을 심어 가꾸는 삶을 동경한다. 아파트에 사는 것이 대세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빈 공간에 꽃을 심고 웃으면서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꽃밭 조성을 꿈꾼다.


초등 시절 교실에서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추어 '꽃밭에서'란 노래를 부르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학교의 선생님뿐만 아니라 마을마다 학교나 마을 앞 황톳길에 꽃을 심는 것을 장려했다.


친구들과 학교 앞 황톳길에 코스모스를 심고 가을에 한들한들 거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아스팔트가 포장되어 길가에 꽃을 심을 수 없지만 그때는 학교와 마을 가꾸기 사업 일환으로 길가에 꽃을 심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덕분에 여러 종류의 꽃을 보며 자랐다.


'꽃밭에서'란 노래에도 아빠와 마당에 꽃밭을 만들어 채송화와 봉숭아를 심고 가을에 채송화와 봉숭아가 피는 꽃을 바라보는 동심과 그리움과 애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아침마다 구봉산에 올라가서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꽃밭을 조성해 놓아 주변 경치도 좋고 의자가 있어 쉬기도 좋다.


그 지점은 구봉산 능선길을 넘어오고 명일테니장과 생태공원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큰 벚나무 아래에는 나무 여섯 개로 기둥을 세워 파고라를 만들어 놓고 위로 칡넝쿨이 올라가서 무성하다.


파고라 뒤로 구봉산 능선 길을 넘어오는 길 옆에는 노랑코스모스와 봉숭아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고, 파고라 우측에는 사각형 밭을 만들어 맨드라미와 일일초와 유홍초가 분홍색 꽃을 피웠다.


그리고 파고라 좌측 명일테니스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그늘이 져서 맨살이 드러난 황톳길이다. 파고라를 세워 꽃밭을 조성한 공간은 약 이십 평 정도로 약간 넓은 편이다.


마치 집의 마당처럼 아담하게 곳곳에 꽃이 피었다. 그곳에 가면 꽃을 보며 아침 체조와 스트레칭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운동하러 나온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잠시 쉬며 스트레칭이나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언덕에 서서 승상산을 바라보고 체조를 하면 건너편 일자산과 멀리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꽃밭으로 조성한 곳은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지만 시야로 들어오는 산자락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등산을 하다 그곳에 도착하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단독주택에 들어선 것처럼 울긋불긋하게 핀 꽃을 볼 수 있고, 승상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계곡 아래로 지나가는 차소리도 들을 수 있다.


'꽃밭에서'란 노래를 부르면 그 언덕이 내 집의 꽃밭처럼 다가오고 노래에 맞추어 하루의 일과를 정리한다. 가을이라지만 아직은 한낮에는 더워서 어딘가를 가기에는 망설여지는 계절이다.


동요는 여러 번 반복해서 불러도 질리지 않고 부르면 부를수록 새로운 맛이 난다. 동요를 부르면 마음은 저절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꽃밭에서'란 노래처럼 봉숭아와 채송화 꽃이 보고 싶은 계절이다. 봉숭아꽃을 돌로 지져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던 추억은 잊을 수 없지만 구봉산 언덕의 꽃밭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위로를 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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