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을로 접어드니 주변의 것이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뜨거운 여름날이 언제 지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참 빠르기만 하다.
아침에 등산을 나온 사람들의 옷 길이가 길어졌고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옷차림도 바뀌었다. 중학생은 검은색과 회색 옷을 입고 초등학생은 울긋불긋한 가을색 옷을 입었다.
엊그제 손주를 재우려고 어깨띠로 안고 나가자 손주가 '가을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한다. 손주의 말을 듣고 가을 노래로 어떤 것을 불러야 할까 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가을에 대한 노래는 많은 것 같으면서 막상 어떤 노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가을 노래는 가을이 물씬 담긴 노래여야 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 최헌의 '오동잎'이란 노래를 불러주었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자 손주가 가만히 듣는다. 손주는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면 가만히 있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노래"하고 외친다.
그러고 보니 가을 노래로 머릿속에 '오동잎'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을까 하는 궁색한 생각이 든다. 가을 노래는 어떤 노래가 가을 노래일까. 가을이란 계절을 노래한 것일까 아니면 가사에 가을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을 노래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라는 '가을' 동요가 진짜 가을 노래일까.
인생을 살아오면서 노래는 듣는 것만 익숙할 뿐 직접 노래를 부르며 살아오지 않았으니 손주의 청을 듣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가을 노래와 관련한 동요나 가요가 수없이 많은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
봄노래나 여름 노래나 겨울 노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겨울 노래를 불러주세요?"하고 청하면 겨울 노래를 배우거나 불러본 적이 없으니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하고 망설이게 된다.
이참에 가을과 관련한 노래 몇 곡을 배워볼까. 가을 노래로 대표적인 곡이 무엇일까. 동요가 되었든 가요가 되었든 가을과 관련한 노래 서너 곡은 배워서 알아 두어야겠다.
가을 노래는 슬픈 것보다 낭만적이고 우수에 젖은 노래가 좋을 것 같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가을숲에 들어가 사색을 즐기며 잔잔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면 되지 않을까.
가을 하늘은 청명하고 높아만 가니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듣기에 좋다. 거친 목소리보다 맑은 음색의 포크송 노래를 부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애창곡은 몇 곡 되는데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는 부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굳이 계절마다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배우고 싶지도 않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손주와 함께 단지 내 뜰을 거닐며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을 노래를 불러주고, 우수에 젖어가는 가을밤을 그리워하는 노래나 부르며 세월의 강가를 거닐고 싶다.
손주가 바라보는 가을의 냄새와 내가 바라보는 가을의 냄새는 서로 다르다. 손주는 가을의 참된 맛도 모르는 풋풋한 가을의 냄새고 내가 느끼는 가을의 맛은 참맛을 넘어 농익은 가을의 냄새다.
올가을에는 멋진 가을 노래나 한곡 배워서 손주가 청하면 위대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불러주고 싶다.
어떤 노래가 가을다움도 느끼고 단풍과 그리움을 생각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