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만 팔았을까?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후후~ 12월 한겨울의 추위에 시리디 시린 손을 녹이려 성냥팔이 소녀는 입안의 따스한 공기로 손을 녹이고 있었다.
"아이 손 시려. 오늘은 날씨가 더 춥네. 이 성냥은 언제 다 팔지?"
유난히 추운 그 겨울 지니만을 놓고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를 마음속으로 원망할 정도로 소녀의 손과 몸은 꽁꽁 얼어있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제발 성냥 좀 사주세요."
팔리지도 않는 성냥을 손에 들고 뚜벅뚜벅 길을 건너는데 꼬마 남자아이가 슝~ 지니를 툭치고 달려간다. 그 바람에 벗겨진 신발은 저 멀리 날아가고, 나머지 한 짝마저 헐거워 벗겨지고 말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지니는 길가에 주저앉아 엉엉 온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만다.
"아~ 정말! 너무해. 너무하다고. 이게 뭐야.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슨데 나는. 이게 뭐야. 엄마~~!!"
지니는 자신만을 남겨둔 채 하늘나라에 간 엄마가 야속하다 느끼며 울부짖는다. 그나마 지니를 잘 챙겨주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술꾼 아버지의 재촉에 성냥을 팔러 나온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
길을 지나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저 멀리 떨어진 신발을 손에 쥐고 다가오신다.
"괜찮니? 아까 보니 많이 아프겠던데. 이런~ 온몸이 얼음 같구나. 우선 저기 따뜻한 식당에라도 들어가자."
지니는 울어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얼른 닦아내며 아주머니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밥은 먹었니?"
"아니요."
울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지니는 자신이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함을 인지한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말이 너무 반가워 제법 큰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지니의 그런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그럼 여기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어보렴.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하고."
지니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식탁에 올려진 따끈따끈하고 얼큰한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푹 떠서 입에 넣는다. 온몸이 스르르 녹는듯한 기운에 힘이 저절로 나서 밥숟가락이 더 빨라진다. 푹푹 떠지는 뜨끈한 밥이 그 온도를 느낄 새 없이 목으로 넘어간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나니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 앉아있는 아주머니는 지니가 밥을 먹는 내내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셨다. 눈을 들어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지니는 감사함이 밀려온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래 배가 좀 찼니? 그런데 너 괜찮니? 도움이 좀 필요해 보이는데. 부모님은 안 계시니"
아주머니는 지니가 먹는 내내 참았던 궁금증을 쏟아내신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지니는 이 추위에 성냥을 팔아 돈을 벌어오라고 자신을 내보낸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올라온다.
"아빠는 집에 계세요."
"그래? 그런데 이 추위에 너를 이리 내보내셨니?"
지니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런 분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혈육 지니의 아버지.
아주머니는 크게 숨을 들이켜시더니 말을 꺼내신다.
"그런데 너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아빠가 널 이리 방치하셨다면 더욱."
이대로 집에 아이를 돌려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아주머니는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 집에 데려가자니 집에 있는 식구들이 반기지 않을 터이고 그렇다고 그냥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는 건 아이를 방치하는 듯한 느낌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에게 묻는다.
"너는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니? 집에 가면 다시 이런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보호받을 곳을 좀 알아봐 줄까?"
지니는 한참을 고민한다. 11살 어린 나이에 피붙이라고는 아빠 한분인데 선택을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버겁다. 한참을 고민하던 지니는 대답한다.
"아주머니 저를 보호해줄 곳이 있으면 거기로 데려다주시겠어요. 대신 아빠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요. 걱정하실 수도 있으니."
자신보다 술을 더 좋아하시는 아버지지만 지니는 자신을 찾아 혹시나 헤맬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인다.
아버지는 지니의 결정에 화를 내시고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시도를 하셨으나 결국 주변 사람들과 센터의 복지사들의 만류에 지니를 보호센터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지니는 드디어 '보호'라는 라인안에 들어왔다. 한동안 받지 못했던 보호의 손길은 달고 따스했다.
새로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지니는 센터에서의 보호가 끝날 시기가 다가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또다시 추운 겨울을 아무 준비 없이 맞이 할 수는 없었다.
센터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읽게 된다. 그 제목은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마음을 열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마음을 닫은 채 삶을 헤쳐 가는 것만큼은 아니다.'
이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삶을 살아가는데 상처가 있을 지라도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맞설 것이라 다짐한다.
지니 나이 19살이 되던 해, 세상으로의 독립이 무섭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독립 후 자신의 꿈을 펼칠 기대와 준비를 했기에 소녀에게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소녀가 준비한 미래는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것이다. 아직 자본이 없는 그녀에게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가게는 온라인 가게이다. 어떤 물건으로 가게를 채울 것인가 고민을 하던 지니는 자신이 팔았던 "성냥"에 집중해본다. '성냥의 역할은 불을 밝힌다. 불을 붙인다.' 그럼 다른 역할은? 성냥의 대체 상품은? 많다. 라이터, 전등, 가스레인지, 히터.. 등등. 요즘 시대에 성냥은 생일 초에 불을 붙이는 정도이다. 그럼 다른 상품이 필요하다. 무엇이 좋을까? 그녀와 가장 가까이 있는 물건, 그녀가 많이 사용하는 물건 그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요즘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앞으로 사용하게 될 물건은 어떤 것일까? 질문에 질문을 더하고 고민에 고민을 해서 자신의 가게를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비록 달려가고 싶은 마음과 같이 판매량이 높지는 않지만 성냥을 들고 맨발로 뛰었을 때보다 낫다.
지금은 제 몸 눕힐 공간이 있고, 이렇게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갈 의지가 있지 않은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땐 옛 생각을 떠올리며 지금을 다진다.
"나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 가질게 더 많은 사람이다. 이 자본주의 시대를 마음껏 누리리라."
지니는 생각한다.
"나는 꼭 세상이 주는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그런 나를 만들 거야. 다른 사람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리는 사람이 될 거야."
지니는 새로 산 컴퓨터를 테이블 앞에 열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그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꾸려나가는 삶의 즐거움과 혜택을 마음껏 누릴 준비를 하고 달려 나간다.
지니는 더 이상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사업가가 될 것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상상하고 완성해내는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비록 그 앞길에 험난한 과정도 있을 지라도, 그녀의 발목을 잡는 과정이 있을 지라도, 그녀는 달려갈 수 있다. 그 길의 끝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그토록 원하는 꿈의 지점 GOAL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