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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끝 포르투갈

Chapter 2. 세계 속으로

by 뚱이

♡ 리스본으로 고고고


편안한 숙소를 제공해준 호스트에게 감사의 의미로 한국에서 준비해온 손거울, 냉장고 자석과 함께 이번 숙소에 없어서 우리가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던 가스레인지 점화기, 파리채를 선물로 주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리스본을 향해서 출발했다.


리스본의 숙소에 마중 나와 있는 호스트는 키가 작달막한 아줌마였다.

자기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집이라서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우리가 예약을 하려고 할 때 나와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아이들은 몇 살인지, 또 아이들 성별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을 물어보고 까다롭게 게스트를 고르던 호스트였다.

다행히 외국에서는 내 직업이 엔지니어로써 대우를 받고 있던 터라서 플러스가 되었고, 아이들이 여자아이들 이어서 숙소를 곱게 사용할 거라고 믿었는지 우리를 게스트로 받아주었단다.


숙소의 거실 창으로 보이는 낯선 대서양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던 그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대서양이다. 정말 멋있다. 그리고 웅장하다.

이번 숙소선택도 탁월했음에 또 한 번 뿌듯함을 느끼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포르투칼 국경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닭다리로 삼계탕을 끓여서 맛있게 익은 깍두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서 호스트가 준비해준 치즈와 웰컴와인을 친구삼아 내일을 계획하고서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자리에 들었다.

2-242.png 대서양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있는 노을


♡ 대륙의 끝에서 낭만여행


리스본관광을 위해서는 리스본에서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리스보아 카드라는 것을 구입해야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카드나 티켓 구매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아내의 몫이 되어있었는데, 이제는 아내도 티켓이나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것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할 정도로 영어가 많이 늘었다. 역시 생존영어의 힘은 대한민국 최고의 어학학원에서 수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아내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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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해안선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멀리 바다가 보인다. 알고 보니 바다가 아니고 타구스 강이라고 엄청 넓은 강이었다.

전망대 근처에는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작은 툭툭이같은 미니 택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각양각색으로 꾸며놔서 그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다. 가까이에 있는 대성당 구경도 하고 리스본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은 타본다는 노란색 28번 트램도 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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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독특하게 생긴 내부의 기둥들과 난간들이 다른 곳과는 차이가 나는 기품을 느끼게 해주었고 볼거리도 많이 제공해주었다. 수도원 관광이 끝나고 발걸음을 옮겨 발견기념 탑과 벨렘 탑까지 관광을 하고 호카곶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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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곶은 우리나라의 호미곶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곳은 대서양의 거센 파도를 그대로 받아주는 깎아지른 절벽위에 대륙의 끝을 알리는 기념탑이 서있다. 절벽에 부딪치며 해안선을 침범하는 거친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다가오고 파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끈적거리지 않고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상쾌한 바람이다.


마지막 관광지로 선택한 신트라 왕궁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많은 왕궁들을 경험해서인지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곳만의 뭔가 조금씩 다른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신트라 왕궁에서 특별한 느낌을 못 받은 우리는 아쉬워하며 근처에 있는 무어성으로 향했다.


이렇게 성곽으로 된 성벽을 걸어서 올라보기는 처음이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시내와 대서양이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있어서 아내와 아이들도 한동안 넋을 잃고 펼쳐진 전경에 빠져들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유럽여행의 마지막 밤을 준비했다.

미리 사놓은 돼지고기 등심과 집주인이 제공한 와인으로 저녁을 준비해놓고 분위기를 근사하게 바꿔주는 대서양의 파도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길고 길었던 유럽여행의 기억들을 되짚어 보면서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 썸머타임?


자정이 조금 넘었는데 호스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부터 썸머타임이 해제 된단다.

‘이건 또 뭔 소리야?’

갑자기 이것저것 불안해지기 시작한 나는 예약되어있던 비행기 시간과 차량반납 약속시간이 걱정되어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주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주일까지 섬머타임을 실시하여 한 시간 빠르게 시간을 앞당겼다가, 동절기에는 다시 한 시간 느리게 시간을 맞추는 시스템이 바로 유럽 썸머타임제였다.

예전에 한국도 한때 썸머타임을 도입했던 적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처음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면서 생각해 보니 이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써준 호스트가 고마워졌다.


♡ 공항에서의 해프닝


호스트와 인사하고, 어제 전화로 확인한 리스차량 반납 장소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차량 반납을 받을 직원이 도착했고, 차량상태를 확인 한 후 반납 확인증을 발급해 주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몇 군데 긁힌 자국이 있어서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관대하게 받아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조금만 자국이 남아있어도 수리비를 청구 할 텐데 다행이다.


걱정했던 리스차량 반납을 잘 마치고, 공항에서 체크인도 성공적으로 한 후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스탄불 공항은 벌써 세 번째 방문하는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는데, 아내가 수하물 찾는 곳에 패딩을 두고 왔다고 한다. 잠깐 의자에 앉아서 수하물을 기다릴 때 벗어놓았다가 깜박하고 놓고 왔나보다.


다시 공항 도착 홈으로 들어가는 길은 당연히 경비가 못 들어가게 막아섰다.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내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패딩 이라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어떻게 좀 해보란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부딪혀 보는 수밖에.


용기를 내서 떠듬떠듬 짧은 영어로 “내 아내가 저 안쪽에 옷을 두고 왔는데, 미안하지만 같이 가서 찾아줄 수 있겠니?”라고 이야기 했더니,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흔쾌히 승낙을 해준다.

한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니, 나는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고, 아내만 여권과 핸드폰을 맡기고 공항직원과 함께 들어가서 찾아봐 준다고 한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다행히 패딩을 찾아서 나오는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내의 상황을 해결해준 남편이 너무나 멋있게 보인단다.


다음 목적지인 두바이 행 티켓을 확인하고 환승공항인 아제르바이젠 바쿠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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