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첫 나 홀로 주행
모든 첫 경험은 두렵고도 가슴 떨리게 설렌다. 도파민이 솟구쳐 올라 팡하고 불꽃놀이를 벌이는 기분.
운전석에 앉고, 도로를 달리고, 자가용 광식이와 만나고, 도로연수에서 혼나고, 친구와 드라이브까지!
광식이와 함께 한 매 순간이 지루한 내 삶에 도파민을 쉴 새 없이 뿜어냈다.
벌써 운전한 지 3개월. 차를 몰고 나갈 때의 도파민은 많이 줄어들었다. 운전 횟수만 해도 20번은 넘었을 걸?
하지만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있으니, 나 홀로 운전이다!
나는 세상 모든 게 두렵지 않은 척, 겁 없는 척하길 좋아한다.
그런데 모두들 알아두시라.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더 두렵고 겁이 나서 겉으로 으스대는 거다.
운전 연수를 받고 나면 바로 혼자서 운전하고 다닐 줄 알았다만... 3개월 차가 되도록 항상 나의 옆에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아빠 아니면 친구, 장롱면허인 엄마.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운전 실력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패닉이 잘 오는 성격이기에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절대로 죽어도 같이 죽자는 의미로 태우고 다니는 게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혼자 나갈 기회는 여러 번 있었으나 결론은 대중교통이었다.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날에는 참았다. 혼자 가기는 너무 무서워...!
나에게는 정말 안 좋은 버릇이 있는데 바로 지각이다. 가깝고 편안한 지인과의 만남에서는 지각이 잦은 편이다.
미리 대중교통을 알아보지 않고 시간이 아슬해질 때야 확인해서인데 사는 곳이 꽤나 시골인지라 배차 간격이 크다. (이러한 나와 계속해서 연을 맺어준 지인들에게 크나큰 감사를 표한다.)
그런 내가 최근 들어 시작한 스터디가 있다. 아직은 낮가리고 잘 보여야하는 관계인데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매우 아슬하였다.
자가용으로 10분 밖에 안 걸리는 거리가 대중교통을 타면 30분이 넘어갔다.
'제시간에 가려면 택시 아니면 자가용 밖에 답이 없는데...'
'혼자서 무사히 시내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도 거길 갔었잖아. 길이 어렵지 않았어.'
'10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 이러다간 영원히 혼자 운전 못할 거야.'
주차장에서 심호흡을 하고 시동을 켰다.
네비에 찍은 목적지를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혹시 몰라 비보호 좌회전과 비보호 유턴에 대해 한번 더 숙지하였다.
도로에 합류하기 위하여 신호 대기를 할 때부터 심장이 마구 요동치며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택시탈 걸...
신호등과 뒷 차 눈치를 살피다 보니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우웩...
평소라면 속도를 높여서 달렸을 도로를 훨씬 감속하여 달리고 수시로 백미러를 보았다.
이렇게 심장 떨리고 무서운 걸 다들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야? 너무 긴장해서 속이 울렁거린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정말 다행히도 지하 주차장에 완벽히 주차까지 완료하였다.
너무 긴장했는지 주차된 걸 확인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 도랑에 빠졌다. 그래, 광식이가 아니라 내가 빠져서 차라리 다행이야.
한번 버벅거려서 뒷 차의 빵 소리를 듣긴 했다.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비보호 좌회전이었다.
직진 신호에서 들어가면 된다는 걸 알아도 긴장하면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서 뒤차의 경적 소리는 도움이 된다.
'가도 되는 거 맞구나! 감사합니다! 진짜로!!'
1시 52분에 출발했으니 늦어도 2시 5분에는 도착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보니 2시 19분이었다. 늦지 않으려고 자가용을 탔는데 오히려 더 늦어버렸다.
이번 기회에 나의 운전 실력을 한번 더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상 시간으로부터 30분은 더 잡아야겠군! 결국 대중교통과 거기서 거기네!‘
돌아올 때는 친구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옆에 사람이 타고 있어서 그런가?
혼자서 올 때보다 마음이 놓이며 긴장이 느슨하게 풀려나간다. 이 때문인지 출발과 동시에 약간의 실수와 함께 경적 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래! 난 아직 완전 왕초보다! 절대 긴장 풀지 말자!'
조만간 또다시 혼자 운전을 하고 나갈지는 모르겠다. 기회가 생긴다면야 해봐야지.
언젠가 음악을 들으며 초행길도 당당히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잘해보자, 광식아!
from. 너의 최고의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