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7월22일의 기록
1화, 2화에서 이어집니다.
검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당신이 연루된 사건은 엠바고 상태입니다. 가족이나 동료 등,
누구에게도 발설할 경우 법에 저촉됩니다.”
내 대답이 조금 늦자, 그가 다그친다.
“지금 공범들과 이야기 중이신가요?”
곧 이어진 지시는 이랬다.
“3시간 이내에 금융감독원 서울 본원에 가서 재산 보호 신청을 하십시오.”
대전에서 서울까지 3시간이라니.
숨이 턱 막혔다. 간신히 물었다.
“1시간만 더 여유 주시면 안 될까요?”
그는 “상황을 봐서 판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늘 무죄를 증명하지 않으면 약식기소를 종료하고 정식 기소하겠습니다.
기소되면 호송차를 보내 현재 위치에서 구치소로 바로 압송합니다.
하루 고생하고 끝날 일을, 일주일 구속 수사로 바뀌는 거예요.”
그리고.
“기소되면 호적에 붉은 줄이 생깁니다.
지금 직장의 내규에 따라 해고 사유가 되며,
이후 취업도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무죄 증명과 재산 보호가 하나로 엉켜버린 순간을,
나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사람이 구치소에 쉽게 들어갈 수 없다는 상식.
구치소에 수감된다고 해서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
모두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그 순간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지금 사이버수사대가 귀하의 휴대폰을 조사해야 합니다.
국내 SNS를 사용하고 계십니까?
국내 SNS는 보안이 취약하니, 텔레그램을 설치하세요.”
의문이 들었다. 텔레그램이라니.
공범과 소통 중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대답을 이어가며,
‘검찰 수사에서 텔레그램을 사용하는지’를 검색했다.
공범이라는 의심을 피하려 초조한 발버둥을 치던 순간이었다.
검색을 마치자, 이어진 다음 말이 들렸다.
“텔레그램으로 수사 시 금융 앱 접속이 차단됩니다.”
나는 물었다.
“어차피 오늘 서울에 갈 텐데, 직접 경찰서에 가서 처리하면 안 될까요?”
그는 화를 냈다.
“계속 협조하지 않으시면 약식기소를 종료하고 정식 기소하겠습니다. 그러면 호송차가...”
그게 끝이었다.
그 순간, 내가 그들의 그물에서 빠져나온 셈이었다.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나의 절박함은
어느새 ‘그들이 내 재산을 보호하려 안달 난 상황’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나는 옷으로 핸드폰 수화기 부분을 막고,
회사에서 화통한 성격으로 알려진 이사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옷으로 수화기를 가리다니...
지금 생각하면, 꽤나 영화스러운 장면이었겠다.
눈짓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님, 저 지금 보이스피싱 통화 중입니다.”
이사님은 곧바로 내 전화기를 낚아챘다.
그리고 여전히 호송차와 붉은 줄을 운운하던 검사에게 외쳤다.
“여기 보이스피싱인 거 눈치챘으니, 전화 끊겠습니다.”
55분간의 통화가 끝났다.
손이 덜덜 떨렸다.
3분 동안 꼼짝 않고 멈춰 서 있었다.
혹시 다시 전화가 올까 봐 여전히 겁이 났다.
찬물을 연거푸 마시고,
생전 처음으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와 사이트를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조치했지만,
“이미 사라진 번호네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곤, 아직도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고 겁을 잔뜩 먹고 있는 나를 안심시켰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네요.
금융사 별 금액을 알려줬다고,
더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나는 끝까지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말에 사로잡혀 있었다.
워크숍의 들뜬 마음,
중고차 계약,
더운 날씨.
여러 작은 들뜸이 겹쳐 평소보다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 같다.
다행히도 너무 늦기 전에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한순간의 허점은,
너무도 쉽게 일상을 파고든다.
유튜브 속 사건은 언제나 남의 일이었지만,
오늘은 바로, 내 일이 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