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리 Oct 03. 2022

행복한 작가는 어디에?

Writer's block Diary: 5일째

@Bill Bryson at www.telegraph.co.uk


예술가들은 대체로 박복한 경향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일생을 지나치게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자살이나 파산, 범죄와 약물로 얼룩진 연대기에 속한 예술가의 목록은 참으로 길고 방대하다. 그 불운이 예술혼으로 승화된다고 믿은 자들이 수많은 책과 신문기사를 쏟아내면서, 예술가들의 불행은 신화와 전설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 때문에 처음부터 불행을 무기로 삼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양산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한때 절대적으로 선망했던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정신 질환을 비롯하여 무명작가의 돌연사, 작가 지망생 동료가 보여준 피해망상과 자해흔 등등 내 주변에서 보고 접한 사례도 적지는 않다. 겉으로야 무던한 척 굴었으나 속으로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생활인으로서 대처하는 게 중요한데, 예술가들은 주로 창작으로 대처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게 그들의 일이니까.


나도 잘 알고 있는 바지만, 이상하게도 정서적인 안정을 얻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인간은 어차피 조금씩은 이상한 존재인데다, 약간의 불행이 없다면 창작의 샘도 고갈되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두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런데 정말로 행복한 예술가들은 없을까?


물론 한 인간의 복잡다단한 삶을 행불행으로 나눈다는 발상은 터무니 없고 무례한 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령 반 고흐의 삶을 두고 장밋빛이었다고 말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단지, 미흡하고 빈약한 목록이나마 행복한 예술가 목록을 꾸준히 채워나감으로써 약간의 희망을 얻고 싶은 것뿐이다.


그럼 누가 있을까. 행복한 예술가란 무엇인가 잘은 몰라도, 우선 빌 브라이슨을 이쪽 계통에 넣어야 할 것 같다. 그늘 한 점 없이 환하게 웃고 계신 저 얼굴을 보라. 논픽션 작가라서 창작의 고통과는 동떨어진 탓일까? 아니면 온갖 악담과 비꼬기를 시전하는 게 정신 건강의 비결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일까? 그리고 또...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행복한지 아닌지 내막은 모르겠지만 큰 사고 없이 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역시 한 자리 내어드려야 할 것 같다.


여기까지 썼는데, 세상에, 이제 더는 생각나는 행복한 예술가가 없다.


적어도 작가로는. 이럴 수가. 이렇게 빨리 끝나버리다니. 그래도 대여섯 명쯤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지금 잠이 오기 때문에 머리가 멍해져서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바란다. 아, 이 행복한 예술가 목록은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업데이트 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재빨리 마무리해야할 것 같다...


부디, 오늘 밤에는 모든 창작가들에게 좌절과 슬픔 대신 평온과 은총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


22.10.19. 오늘 찾은 행복한 작가 : 이기호 소설가. 왠진 몰라도 그냥 행복해보이신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22410


22.11.12. 오늘 찾은 행복한 작가 : 염승숙 소설가. 아이와 함께 행복하신 것 같아서 추가해봄! 

https://ch.yes24.com/Article/View/52075?Ccode=000_011


이전 04화 고수들이 바글거리며, 비급들이 난무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