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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맹드 Mar 23. 2023

현관 - 중문은 필수, 벤치는 선택

신축보다 구축 올수리(1)

     한강뷰 아파트는 내가 매수할 수 없는 입지이기도 하지만, 머물러 보니 내 취향이 아니었다.

쉴 새 없는 자동차의 행렬이 불안감을 가속시켰다. 고층에서 눈뜨는 아침은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촌놈 출신은 그렇게 티가 나나보다.


나는 지독한 산 뷰 러버였다. 녹색이 좋다.

하지만 그런 곳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세워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옛날 아파트의 전형인 판상형이다.

하늘에서 보면 한 일(一) 자 건물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러니, 고층으로 올라가도 앞동 집의 거실이 보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나무와 하늘이 동시에 보이는 1층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고른 1층. 이제는 단점 보완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인테리어에 ㅇ(이응)자도 모르는 나지만, 중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거실이 좁아지더라도 현관 의자는 꼭 필요했다.

그래서 인테리어 업체 실장님께 맨 처음 요청한 것이 '중문과 현관 벤치'이다.



     계단식 아파트의 1층 은 안타깝게도, 바깥 소음이 잘 들어온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귀가하는 사람들의 부산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음과 추위는 레이어를 많이 겹칠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 그래서 1층 집에 중문은 필수다.


     중문은 앞으로 밀어 열 수도 있고 당겨 열 수도 있는 스윙도어로 선택했다.

옆으로 밀어 여닫는 슬라이딩 도어는 벽공간이 필요할뿐더러, 양손에 짐을 들었을 때 불편해 보다. 성격 급한 내겐 몸을 밀어 문을 열 수 있는 스윙도어가 제격이다.


벤치는 의자이자 서랍장이다.
집주인의 특별 미션을 부여받은 녀석이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은 알겠지만, 양말이나 신발을 신을 때 허리를 굽힐 때마다 긴장된다. 매일 수행해야 하는 동작이라 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맨바닥이 아닌 벤치에 앉아서 신발을 신 싶었다.

내 집이니까. 나에게 맞춤설계 하고 싶었다.

이런 사소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크다.


현관 벤치와 중문

현관은 이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역이다.

좁은 현관에서 매일 마주칠 첫 감각으로, 그림이나 화분 대신 향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는 적중한 듯하다.

숲 향기는 집주인의 꿈을 닮아 있다.

언젠가는 산 뷰에서 살고 싶다는 그 바람이
유리병에 곤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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