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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Feb 27. 2021

일상의 늪에서

요 몇 주 글이 잘 안 써졌다. 그보다는 머릿속이 어수선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글로 먹고살 것도 아니면서 잘 쓰고 싶어 욕심을 냈나 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책을 보고 질투도 했다. 그들의 화려한 인맥에, 그들끼리만의 리그에 괜히 심술을 부렸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글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글쓰기를 멈췄다. 하고 싶은 말을 게워내는 게 글쓰긴데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손가락을 넣어 토를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그건 아니지 싶었다. 그래서 그냥 편한 마음으로 남들이 쓴 글을 읽었다. 읽다가 쓰고 싶어 지면 쓰자고. 억지로 게워내지 말자고. 평소의 나로 돌아가 그냥 쓰자고. 멋 부리지도, 없는 걸 지어내지도 말자고.


그랬더니 오늘, 갑자기 글이 써졌다. 남들이 쓴 예쁜 문장을 오려 붙이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걸 쓰려고 하니 써졌다. 그건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 동네 친구와의 짧은 만남 덕분이었다.


코로나 블루가 뒤늦게 찾아온 건지 요 며칠 너무나도 반복적인 일상이 지겨워 동생에게 하소연을 했나 보다. 일부러 짬을 내준 동생을 만나 날은 춥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오니 체한 손가락에 바늘을 갖다 댄 것처럼 막혔던 체기가 가셨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들 속에 나의 생각들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동생은 일상의 늪에서 나를 건져주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가족 이외의 사람을 만나는 거였을지도. 나도 몰랐던 그 마음을 용케 읽어준 동생이 고마웠다.


뉴욕에서도 1월에 변종이 발견되면서 코로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22년까지도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계속될 거라 한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는 마음을 잘 얼르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늘 집에만 있던 시간에 밖에 나가 보니 그런 변화만으로도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단 걸 알았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한 걸음만 옆으로 가도 그 자리에는 햇살이 들지 모른다. 그러니 일단 움직여볼 일이다. 그 단순한 사실을 건지려고 몇 주를 허우적거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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