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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Mar 31. 2022

번역하던 책이 중단되었다

번역하던 책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유명한 로큰롤 뮤지션의 회고록인데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로큰롤 분야에 무지한 내가 하기에는 공부할 내용이 많기는 했다.


한 달가량 꾸역꾸역 초고를 성실하게 진행하던 있던 차, 의뢰인에게 연락이 왔다. 걱정이 되니 지금까지 한 내용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내가 지금은 초초고만 해 놓은 상태라 아무래도 당장 공유는 힘들 것 같다고 공부도 아직 하기 전이라는 상황을 전했더니 번역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신이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로큰롤 번역은 나름 까다로운 분야라 걱정이 된다고.


나 또한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게다가 나 역시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 공부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질까 걱정이 되었던 터이므로 알았다고 했다.


문제는 돈. 내가 한 달 동안 투입한 시간과 그 때문에 날린 다른 기회들까지. 그건 어떻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처음 제시하신 금액이 너무 적어 계약금 정도는 주시기를 요청하니 흔쾌히 수락하셨다. 사실 그것도 나의 한 달 벌이로는 터무니없었으나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분은 앞으로도 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 역시 언제든 다른 책을 문의 달라고 해 두었고.


서로 하고 싶은 말은 감추지 않은 결과 우리 둘의 관계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리랜서가 가져가야 할 태도를 또 한 번 배우고 가는 경험이다.


더불어 자신의 비전문 분야는 아무리 일이 급해도 한 번 더 살펴보고 넘어갈 것을 나 자신을 비롯한 번역가들에게 당부한다.



어쨌든 얼마 전에 함께 진행하던 책 완고도 넘겨버리고 다른 책의 역자교만 여유롭게 진행하면 되는 상태가 되어버린 나는 졸지에 쉼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돈은 계속 벌어야겠지만 내가 잘하고 있나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볼 시간도 필요하니까.


이번 주 내내 유튜브에 들어가 간만에 이런저런 강의를 듣고 내가 뒤쳐진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따라 잡히는 것이겠냐만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나는 나에게 들어오는 일이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인님이 준비 중이신 <번역가의 미래>라는 책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번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나라는 브랜드를 확장시킬 방법을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아무리 N잡러를 외치는 세상이라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옷들을 꾸역꾸역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트렌드를 외면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는 아닐 터. 공부를 하되 나에게 맞는 것이 오기 전에 섣불리 아무 파도에나 올라타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직접 그런 파도를 만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나 아무거  있는 상태야말로 진짜 설레고 흥분되는 시점 아닐까. 3월의 끝자락, 이런 싱숭생숭한 기분을 즐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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