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개월 동안 허우적댄 끝에 저는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직업이 아니라 능력치를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전혀 다른 일을 시도하다가 얻은 깨달음이었는데요, 그건 다름 아닌 소설 쓰기였습니다.
몇 달 전, 제 안의 어떠한 욕망을 주체 못 해 소설이란 걸 끼적여 보기 시작했어요. 물론 소설가가 되겠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내가 소설이란 걸 쓸 수 있을까도 궁금했고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 쌓인 것들을 토해내고 싶기고 했고요.
소설을 쓰려고 하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표현력이더라고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넘치는데 이걸 소설답게 펼쳐보일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예전에 읽은 소설을 자꾸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표현력과 묘사력을 배우러 다시 꼼꼼히 읽었지요. 돈도 안 되고 겉보기엔 아무런 쓸모없어 보이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냥 하고 싶으니까 했어요. 마음이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게 저거든요.
짧은 소설 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더군요. 그걸 과연 완성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젠 소설 번역을 더 잘할 수 있겠다…!
소설가에게 왜 소설 번역을 맡기는지 알겠다…!
물론 제법 소설다운 소설을 쓰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제 일과 연계된 새로운 경험은 사고의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사양사업에 종사한다고 암울한 미래만 점칠 게 아니라 뭐든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되었죠. 그래서 최근에는 의료통역사 자격증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 불확실한 것 천지지만 수업을 제공하는 선생님께 상담을 받은 결과 제가 구글링 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도 의뢰가 들어온다고 하니 한번 믿고 해 보는 수밖에요.
그리도 지금 하는 일이 돈이 안된다고 징징대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만큼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평생 해도 좋겠다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했더니 돈이 따라왔다” 같은 말은 믿지 않기로 했어요. 물론 그러한 욕망이 돈과 직결되는 분야도 있겠지만 제가 몸 담은 분야는 확실히 아니니까요. 그러한 진리를 맹종하는 대신 돈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돈과 내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니 억대 연봉자도 부러울 게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돈 공부를 안 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1년에 한 번 늘 각성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을 뿐, 이렇다 할 시도를 못한 게 사실입니다. <딸아, 돈 공부 절대로 미루지 마라>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여자들은 마흔이 넘는 순간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자산’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한다고 한다. 마흔 살은 일 적으로만 놓고 보면 가장 전성기인 나이다. 여기저기 찾는 사람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지만 앞으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나이.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자산을 모아 둔 사람과 자산을 모아 두지 않은 사람의 마흔은 생활 전반에 있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미 마흔을 훌쩍 넘어버린 저는 이 말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내가 원하는 생활을 누리지 못해 엉엉 울고 있는 꼴이란. 누구 탓도 할 수 없었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건강하게 돈을 벌고(그러기 위해 부캐보다는 본캐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돈을 잘 불리는 일. 다들 진작에 하고 있었을 일을 저는 이렇게 몇 달에 걸쳐 스스로를 괴롭힌 뒤에야 깨닫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깨달았기에 더 큰 무게를 지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물론 저의 결론이 정답은 아니며 저 또한 앞으로도 여러 번의 고민과 시행착오를 경험하겠죠. 그동안 저와 함께 고민해 보셨던 분들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셨길, 그게 무엇이든 이 무더위에 조금은 시원한 해결책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