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이해하고 싶은 사람
by
김팔
Mar 22. 2025
아래로
이해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
(슈퍼대문자 T인 나에게는 아주 합리적인 명제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사랑해 본 적 없나?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주를 사랑한다.
우주는 이해하기에 너무나도 방대하고, 그에 비한 나는 티끌에 불과하다.
평생 동안 우주를 연구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우주를 왜 사랑하는 것인가?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은 사랑이란 감정과 동일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첫 명제는 모순에 빠진다.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사랑하니까 네가 이해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본다.
사랑한다고 해도, 즉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설 경우,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사그라드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면 나는 왜 오랜 세월 우주를 사랑하는 것인가?
끝내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성간여행을 꿈꾼다)
(엄밀하게는 그 일부에 속해서 이미 느끼고 함께 있는 거지만)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즉 함께 있다고 느낄 때,
나는 너무나도 즐겁고 설레는 동시에 편안함을 느낀다.
우주를 이해하고 싶다.
나는 일종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일반적 틀을 벗어난 사람이고 싶다.
동시에,
이해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고 싶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당신이 즐거움을 느끼고, 조금은 다른 생각도 해보고,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느끼길 바란다.
결국 난 사랑을 받고 싶은 거구나.
그렇다. 세상의 이해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완전한 아이러니.
그렇다 해도 내 생각은 확고하다.
난 우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이 나의 글을 읽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느껴도, 나에 대해 곱씹어보고 계속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다행이다.
나의 생각과 언행이 당신에게 가치 있기를 바라며.
keyword
이해
사랑
사람
14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팔
자유와 꿈을 좇아 살아가기. 저의 생각과 언행이 당신에게도 가치 있기를 바랍니다.
구독자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수험생활에 대한 고찰
작은 존재의 자유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