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가지 절임
가지 김장이랄까...
가지가 제철이었던 어느 여름날 써놓은 이 레시피는 밀리고 또 밀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이 가을날 오픈하게 되었다. (작년 가을에 쓴 글이다.) 미쳐 날뛰는 서울의 물가를 생각했을 때 요즘 같은 가지 값이면 이 근사한 재료로 뭐라도 해야 옳은 지경이다. 건강하면서 풍요롭고, 맛있고, 게다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면, Why not~?!
여름에 만들어 둔 나의 가지 절임은 갑작스러운 친구들의 방문에, 몇 주 아팠던 어느 늦여름 날에, 끼니를 거를 뻔했던 어느 바빴던 날들에 아주 보물 같은 역할을 했다. 꼬들꼬들한 식감에 상큼하면서 풍미도 좋은 이 가지 마리네이드를 난 보통 샌드위치에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데, 슬라이스 한 아보카도나 과카몰리, 살사, 반숙 달걀(삶거나 프라이하거나 모두), 부라타, 모짜렐라 같은 생치즈나 까망베르, 브리 같은 연성치즈와도, 고다, 에멍딸 같은 경성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잘 구운 스테이크나 향신료를 넣고 삶은 돼지고기 수육, 오리 스테이크, 닭가슴살 스테이크 등 고기 요리와의 궁합도 아주 좋다.
깨끗하게 유리병을 소독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요리의 시작과 끝은 청소이다.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싱싱한 가지와 좋은 퀄리티의 올리브오일로 마법을 부릴 시간이다. 그 마법으로 우리는 반드시 따뜻한 겨울을 날 것이다. 뾰로롱-
<기묘한 가지 마리네이드>
재료: 가지 4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컵, 화이트와인 비네거 1컵, 소금 1Ts, 통후추 1ts (믹스드 컬러 후추면 더 좋아요.), 생 허브(로즈마리, 라벤더, 오레가노 등), 월계수잎, 페퍼론치노, 마늘
+ 올리브, 케이퍼베리 등을 더해도 좋다.
+ 꽈리고추를 더해도 좋다. 꽈리고추는 통으로 넣는다.
1. 가지를 잘 씻고 껍질째 슬라이스한다. (나무젓가락 두께로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르면 된다.)
2. 볼에 가지를 넣고 소금을 더해 잘 섞는다.
- 꽈리고추를 더한다면 여기서 함께 시작한다.
3. 2에 화이트와인 비네거를 넣고 잘 섞는다.
4. 볼에 맞는 사이즈의 접시로 가지 위를 덮고 실온에서 하루 재운다.
- 한여름이라면 냉장고에서 재운다.
5. 두어 번 뒤적여 소금과 식초가 가지에 골고루 머금을 수 있도록 한다.
6. 하루가 지나고 가지에서 나온 물은 최대한 제거하고 체반에 가지를 받쳐 접시와 누름돌 등으로 눌러 하루를 더 재워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다.
7. 볼에 6의 가지, 통후추, 슬라이스 한 마늘, 페퍼론치노, 월계수잎, 올리브, 케이퍼베리, 허브 등을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반컵을 더해 버무려준다.
8.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7의 반을 담고 올리브오일을 채우고, 남은 반을 담고 또 올리브오일을 채운다.
- 내용물이 다 덮일 수 있도록 올리브오일을 채운다.
9. 실온에서 하루를 재우면 다음날부터 먹을 수 있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알싸하고 부드러운 올리브오일과 풍미가 가득한 산미의 와인비네거, 향긋하고 싱그러운 허브와 매콤한 페퍼론치노의 킥을 가진 기묘한 가지절임은 아이렌 품종의 내츄럴 오렌지 와인과 아주 근사한 매칭을 이룬다. 스페인의 토착 화이트 품종인 아이렌으로 만들어진 오렌지 와인은 반짝반짝한 그 오렌지의 컬러만큼이나 풍부한 시트러스의 향들을 다양하게 가진다. 신선하면서도 근사한 산미를 뿜어내어 가지절임의 캐릭터와 비슷한 결을 갖는다. 치즈가 많이 올라간 메인 요리와 곁들이는 가지절임도, 토스트한 통밀빵에 고소한 노른자를 터뜨려 가지절임과 곁들이는 오픈 샌드위치와도 잘 어울린다. 너무 좋지 않은 쿰쿰함을 내츄럴와인의 첫인상으로 가진 당신이라면, 꼭 아이렌 품종의 오렌지 와인을 권한다. 내츄럴 와인에 대한 인상이 바뀔 거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