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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Jun 06. 2024

기묘한 레시피 ep.053 & 와인 페어링

기묘한 요거트 드레싱/딥/소스

단순하고 사소한,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한 소설을 읽었다. 

어제까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레시피 작업을 하다가 다 지워버렸다. 나의 유산인 이 작업을 50회 이상 쓰면서, 난 과연 남은 이들을 위한 단순하고 편안한 레시피를 썼던가. 내 유산이니 내 마음이라며, 그렇게 써오던 레시피에 오늘은 제동을 좀 걸어본다.


나는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음악에서도 자연에서도, 그리고 사람에서도 참 영향을 많이 받아 그 주변의 것들이 몹시도 중요하다. 책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영화가 사랑스러우면 나도 사랑스러운 인간이 되고 싶다. 음악이 신나면 나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고, 자연의 변화와 함께 나도 그렇게 물든다. 사람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건 거저 받는 레슨이면서도 동시에 참 고달프기도 한 일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휴먼빙을 자주, 많이 만나는 대신 책이나 영화에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매우 오타쿠스럽구만...)


한 여자의 제안으로 매일 밤 두 남녀는 한 침대에서 함께 잠을 청한다. 밤을 견뎌내기 위한 동침. 개와 늑대의 시간도 아니고, 빛이라고는 거의 사라졌을 인생의 지점에서야 신생아 만큼이나 솔직해질 수 있었던 그들은, 비로소 안정과, 자유와, 행복을 찾는다. 단순하고 사소한 일상에서의 온기가 모여 인생이라는 큰 무게에 따뜻함을 실어주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는 나를 몹시도 자극한다. 


직설적이면서도 섬세해서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상당한 레이어를 입혀 먹는 사람이 따뜻하고 소소한 위안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음식. 그래서 건강한 그릭 요거트와, 생 허브 중에 가장 구하기 쉬운 컬리 파슬리와, 모두가 갖고 있을 소금, 후추를 이용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향신료로 본인만의 레이어를 입힐 수 있는, 어느 요리에나 어울릴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한다. 밤에 우리 영혼이 편안할 수 있는 음식. 당신의 영혼도 그러한 밤을 갖기를... 


<기묘한 요거트 드레싱/딥/소스>


재료: 그릭 요거트, 화이트와인 비네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컬리 파슬리, 소금, 후추


+ 레드 칠리 플레이크, 큐민, 코리앤더 씨드, 스모크드 파프리카, 카이옌 페퍼 등 좋아하는 향신료 

- 그릭 요거트는 목적에 맞게 농도를 맞춰 만든다. 샌드위치 용이라면 꾸덕하게, 샐러드 드레싱 용이라면 묽게, 스테이크용 소스나 생선구이, 연어회, 칩을 위한 딥 용이라면 그 중간 농도로.

- 시판 그릭 요거트라면 면보에 유청을 거르는 작업을 통한다. 아주 꾸덕한 그릭 요거트를 구입하였다면 올리브오일과 화이트와인 비네거로 농도를 맞춘다.

- 화이트와인 비네거가 없다면 레몬즙으로 대체한다.


1. 컬리 파슬리를 챱하고 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한다.

2. 1의 물기를 면보다 키친타올을 이용해 제거하여 포슬포슬한 상태로 둔다.

3. 그릭 요거트, 화이트와인 비네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2의 컬리 파슬리, 소금, 후추를 넣고 믹스한다.

 - 매콤한 것이 좋다면 이때 미리 레드 칠리 플레이크를 섞는다.

 - 요리에 맞게 좋아하는 향신료를 더한다.

4. 요리에 맞게 플레이팅하고 컬러감을 위해 레드 칠리 플

기묘한 와인 페어링: 기묘한 요거트 드레싱/소스/딥은 가금류 요리나 생선, 채소 등과 잘 어울린다. 자연스레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과 매칭이 된다. 그중에서도 조지아의 대표 토착품종인 르카치텔리가 떠오른다. 르카치텔리 중에서도 드라이한 와인은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아주 좋고 과실향과 꽃향이 싱그럽게 나기 때문에 산뜻한 요거트 소스를 얹은 가금류 요리와 신선한 채소 등과 근사한 마리아쥬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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