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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n 23. 2023

조신한 신부가 되고 싶은 스웩스러운 소년. 4

산천 요리생 ....

“선생님 마태오가 뛰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걔가 뛰어요?” 작년 2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던 얼굴 하얀 선생님이 놀라 물어본다.

옆에 있던 선생님도 덧붙인다. “걘 안 뛰지.”

"지난 주말에 마태오가 우리 집에 왔다 갔어요."

“어때 보였어요?” 역시 담임 선생님

“뽀해졌어요. 선생님처럼.”     


지난 토요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레시피와 아이들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는 와중 전화벨이 울렸다.


‘마태오’


마태오는 작년 여름방학이 끝난 날 산촌으로 단기 유학 온 아이였다.

난 정신이 없이 화도 못 내고 있을 때 마태오를 만났다.


작년, 아이들 계획서 한 줄에 ‘지역 요리축제 참가와 요리대회 출전’이 쓰여 있었다. 계획서를 학교 선생님들께 내밀며 ‘선생님들이 도와주신 계획서이니 아이들이 계획서대로 활동할 수가 있도록 도와주죠. 나는 부탁이 아닌 으름장을 내밀었다.

‘나는 몰라, 얘도 몰라, 우린 모르는 일이야!’ 소리 없이 외치는 선생님들과 싸움 아닌 싸움을 했다. 아이들의 동아리는 학교와 상관없다, 주최는 학생 교육원이라 강조를 하셨다.

그래도 이 아이들 윤산 중학교 학생 아닌가요?

선생님들을 설득하려 하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회유하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동아리 활동비와 참여를 위한 도움을 받아냈다.


요리축제 참여를 위해 교장 선생님과 담당 선생님 그리고 나는 군청과 면사무소를 쫓아다니며 참여 의사를 설명했다. 역시 ‘나는 몰라, 얘도 몰라, 애들이 왜? 이런 일은 없었지!’ 하는 많은 사람과 통화하고 만나고 또 통화하고 만나며 “글쎄요~”라는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그렇다고 나는 포기하지 않지.


우린 여러 업체를 제치고 당당히  요리축제 ‘주전부리관’에 입성을 명 받았다.


이리하여 나는 주전부리 메뉴를 위해, 아이들에게 지역 농산물 요리를 연구하기를 강요할 때쯤.


그다지 곰살맞을 것 같지 않은 녀석이 2학년 담임 선생님과 조리실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전학을 왔어요. 2학년 전원이 요리반에 있어서 이 아이도 참여하면 어떨까 해서요. 부탁 좀 드릴게요.”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듯 아이들이 만든 동아리고 학교 상관없이 운영합니다. 제 의견보다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아싸~ 시원해.

같은 반인데 싫다고 하겠어. (여담이지만 2학년 선생님이 학급비로 우리의 콜라와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대주신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아이들이 허락했지만, 이 어색한 분위기 어쩔 거야.


“요리는 해봤어?”

마태오는 가끔 끼니를 스스로 챙긴다 했다.

그리에게 양파 써는 법을 가르쳐주라 했는데 제법 잘한다.

이 놈은 칼을 써 봤다.


“이건 고구마말랭인데, 아주 얇게 편을 썰고, 다시 아주 얇게 채 썰어야 해."

"이것들이 들러붙지 않으려면 슈가 파우더를 뿌려주면 돼. 할 수 있겠어?”

“오홍~” 하더니 1시간을 움직이지도 않고 썰었다.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그 후 누구도 하고 싶지 않아 했던,  쌓여 있는 박스 속 고구마말랭이 썰기 담당을 마태오가 전담했다.

가끔 힘든지 넓은 등을 돌려 교실 밖 하늘을 보며 계단에 앉아있었다.

"마태오, 말은 하고 사라져야지."라고 소리치는 날 돌아보고 엉덩이를 툭툭 턴다.

그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스웩스럽게 천천히 걸어온다.

보통 아이들은 부르면 뛰어오던데...

많이 힘들었을 거다.


밤 11시가 되어야 끝나는 수업이 많아질 때쯤, 마태오의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가셨다.

그 덕에 우리 집 근처에 살던 마태오를 데려다주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왜 아빠 따라가지 않았어?”

“혼자 있어 보고 싶어서요.”

도시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교통편도 먹거리도 불편한 이 한적한 마을에서

아무리 부모님이 이장님께 아이의 끼니와 돌봄을 부탁하고 가셨다지만, 민박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녀석이 걱정됐다.

주말에도 이장님 댁에서 밥을 먹는지 빨래는 어찌하는지 질문에 질문을 던졌다.


“그래 어쩌면 네 나이에 혼자 지내는 경험도 좋을지 몰라. 인생 모르는 거다. 선생님 집 어딘지 알지? 무슨 일 있음 꼭 전화해야 해!”

용기 아닌 용기를 주려고 노력을 해 봤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밤, 길을 지나며 이야기를 했다.


친구 사귀는 게 제일 어렵다는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아이.

아무도 말을 안 걸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이.

어느 날부터 양말을 안 신고 오는 아이.

분리수거가 제일 힘들다는 아이.

그래도 항상 깔끔하게 차려입으려는 아이.

그리고 신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


어느 날

“선생님 이번 학기 끝나면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아이가 혼자서 지낸다는 건 힘든 일이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 힘들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구들과 부대끼며 배우는 것도 많아. 먼저 식구들과 잘 지내는 걸 연습하고 조금 더 커서 다른 경험도 해봐."


갑자기

“제가 떠나면 친구들이 날 기억해 줄까요?”

“그럴껄! 먼저 전화 오길 기다리지 말고 마태오가 먼저 연락해 주면,  네가 시간 정하지 않고 오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언제든 찾아오면 우리 집에서 재워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마태오는 중앙아시아 북쪽 초등학교에 입학해, 경기도와 서울에서 초등학교 마치고 서울에서 중학교 1학년을, 2학년 1학기를 시골 유학을 경험하고 우리에게 와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태오의 거센 2학년 2학기를 함께하며

같은 유니폼을 입고 요리축제에 참여했다.


‘스승의 날’ 보고 싶다며 전화를 해준 마태오에게 작년 요리 축제 참여한 학생들이 동호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다들 너 보고 싶어 해!”라고 말해주었다.


한 달이 지났을까.


“선생님, 저 전에 있던 민박집에 왔어요~” 이 녀석 진짜 왔다.

"혼자?"

"엄마가 일 때문에 내려가신다 해서 따라왔어요."

"그래…. 선생님 보러 오기 힘들겠네?"

"선생님 보러 왔는데요~" 뜬금없는 녀석, 선생님 집에 놀러 가도 되냐며 미안해한다. 여전하네~


마태오를 위해 동호회 아이들에게 전화했다.

서울 갔다 오는 중이라는 작년 부장 빼고 모두 나온단다.

읍까지 나가야 있는 피시방에 있던 아이도, 집에서 자는 듯 뒹굴뒹굴하던 아이도, 밥도 안 먹고 컴퓨터 앞에만 있던 아이도, 모두 마태오를 만나고 싶어 한다.


엄마 차에서 내린 마태오는 두리번거리다 날 발견하고 달려온다.


“네가 왔다니까. 친구들이 널 보러 온다는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의 얼굴, 15세 소년의 진짜 얼굴이 나왔다.      


너 정말 오고 싶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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