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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Sep 23. 2023

묵혀둔 북어로 요리하자.

북어 고추장 조림

동생 두부가 서울 본가에 갔다 오면서 북어 꾸러미를 들고 왔다.

      

“두부야, 북어가 먹고 싶었어?”

“왜?” 해산물을 싫어하는 두부는 무슨 말이냐는 듯 날 바라봤다.

“북어가 많이 들어있는데!” 북어를 두 손으로 모아들어 올려 동생에게 보여줬다.

“엄마가 넣었나 봐. 냉장고 정리를 우리한테 했네! 언니 그냥 버려.”

“아깝게 왜 버려. 내가 알아서 할게.”    

 

난 동생과 달리 해산물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니 당연히 손쉬운 북엇국을 자주 끓여 먹었지만, 두부와 살면서부터 고기가 들어간 탕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북어조림도 맛있고 찜, 구이…. 뭘 해줘야 잘 먹을까?

“먹는 음식을 버리면 벌 받아!”라는 핑계로 김치냉장고 한구석에 넣어 두었던 북어를 꺼냈다.

북어가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걸 두부에게 알려줘야 할 텐데….   

  

우선 북어를 물에 담가뒀다.

‘뭘 하지?’

큼직하게 잘라서 양념 찜이나, 구이를 해줄까?

아니면 매콤한 탕을 해줄까?


아하! 추석. 설 명절 포함 1년에 제사를 13번이나 지내는 시댁과 4번의 제사를 지내는 친정 제상에 올라가던 북어. 냉동실이나 찬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쌓여가던 북어는 두 어머니에게 처치 곤란한 먹거리였다. 가끔가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북어 한 개 가져갈래?”라던 말을 듣다 못해, 두 집에 묵혀 둔 북어를 걷어와 북어 양념 조림을 만들어 양쪽 집에 나눠드렸었다.

아마도 두부 어머님도 쌓여가는 북어가 내 손에 들어오면 요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내주셨겠지.       


그래, 내가 좋아하는 ‘북엇국’과 두부가 좋아하는 비빔국수나 비빔밥에 올려 먹을 수 있는 ‘북어 양념 조림’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어려운 조리법은 아니다. 단지 통북어를 찢고 뼈를 발라내는 일이 귀찮을 뿐.


북어는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 놓아도 되지만, 물에 담갔다 벗기면 잘 떨어져 난 주로 후자를 선택한다.

북엇국용으로 집게손가락 크기 정도로 뼈를 발라내고 살만 찢어 모아놓는다.

남은 북어 살을 부수듯 잘게 찢어준다.

그리고 담가 두었던 물을 버리지 않고 남겨둔다.     


나의 북엇국을 끓이자면,


냄비에 물을 꼭 짠 국으로 끓일 북어를 넣고 어간장 한수푼, 마늘과 참기름을 한 숟가락 그리고 잡내와 군내를 잡아 줄 생강즙 아주 조금 넣어 조물조물해 준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 약한 불로 천천히 볶아준다.

물기가 사그라져 갈 때쯤 북어를 불렸던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볶아준다. 뽀얀 국물이 보일 때까지 반복한다.

물을 부을 때 뽀얀 국물이 올라오면 강한 불로 올리고 물을 부어 끓인다.

끓고 난 북엇국 간을 보고 부족하면 어간장이나 소금을 넣고 후추를 첨가한다.

국자로 국을 한 바퀴 휘저은 뒤, 바로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인 달걀 물을 원을 그리듯 돌려가며 조금씩 부어 풀어준다.

그릇에 북엇국을 담고 쪽파나 대파 다진 것을 올린다.     


두부의 북어 양념 조림을 시작해 보자.


볼에 잘게 부순 북어 살을 넣는다. 고추장 3T, 고춧가루 2T, 간장 1T, 어간장 1T, 설탕 1T, 생강 청 1T (생강 청이 없으면 생강즙을 넣고 물엿을 1T 더 넣어준다,), 아주 곱게 다진 마늘 1T, 물엿 2T에 물 1 + 1/2 컵을 넣고 잘 섞어 준다.

중간 불에 팬을 올린 후, 양념한 북어 살을 넣어 조려준다.

물이 1/3쯤 졸아들면 약한 불로 줄여 북어 살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팬 뚜껑을 닫고 조려준다.

중간중간 저어주는 과정에서 북어 살이 조각조각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당황하지 않는다.     


비빔밥을 두부가 좋아할까?


올여름 비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이겨낸 갓 딴 노각을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짜 준비한다.

텃밭에 심은 어린 배추와 파릇파릇 올라오는 상큼한 무순을 손질한다.

보리밥 위에 노각, 어린 배추, 무순을 올리고 북어 양념장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부신 깨와 참기름 살짝 넣고 비빔밥 완성.     


동생을 위한 또 하나의 요리 북어 양념 조림이 올라간 메밀 비빔국수.


텃밭에서 따 온 치커리를 씻어 잘게 잘라놓는다.

냉장고에서 나온 양상추와 오이는 손질에 얇게 채를 썬다.

끓는 물에 메밀면을 삶아내고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전분기를 제거해 그릇에 담는다.

면 위에 치커리, 오이와 양상추를 올리고 동치미 국수를 한 국자 붓는다.

그리고 북어 양념을 올려 깨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넣지 않고 식초나 겨자를 곁들여도 좋다.  


남은 북어 양념 조림을 곤약이나 두부를 같이 넣어 김밥을 싸도 먹을만하다.


다음엔 무얼 또 해 먹지?

   

어머님들 그간 묵혀 둔 북어로 맛있는 요리 해 드시고, 올 추석엔 새로이 북어 장만하세요~      


북엇국  &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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