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타고 들어오는 새소리, 지붕 안으로 들어와 못 나가나! 라며 지붕과 연결된 창고 문도 열어주고, 문가를 탁탁탁 치며 나가는 방향도 알려 줬건만 날아 나오는 새는 없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짹짹 아기새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벽에 귀를 대도 따라다니는데 소리는 주방에서 더 또렷하게 들리더라고요.
주방 문을 열고 나가 한참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도 새집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나온 김에 쓰레기를 정리하려는데 조그만 새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날아왔다 가고, 날아왔다 가길 반복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들이 돌아다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가만히 쭈그려 앉아 바라봤습니다.
한 마리가 후드로 연결된 은색 통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잠시 후 나와 날아가고, 또 한 마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또 은색 통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겁이 많은 사람이지만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혹시라도 저 안에 새끼가 있으면 후드를 틀지 않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카메라를 켜고 줌으로 넓혀봤습니다.
‘오마나’ 눈도 못 뜬 새끼 새 세 마리가 입을 쩍쩍 벌리며 조용히 ‘짹짹짹 짹짹’하며 서로 부벼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릴 때 살던 주택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짓고 살았던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중학생이 되어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럼 몇 년 만에 경사일까요? 거의 37년이 넘었겠네요.
새끼 새들
그날부터, 후드는 틀지 못하고 문을 열고 요리했습니다.
무사히 새끼 새들은 엄마·아빠와 날아갔고, 다시 켠 후드는 벅벅벅 뿌우웅 소리를 내더니 새집을 날려 보내더군요. 잔가지, 나뭇잎, 깃털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이 날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두 마리의 새가 또 찾아오더라고요.
동생 두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새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러면 ‘정말?’이라며 반가운 답장을 보냅니다. 그러고 보니 동생 두부도 그때부터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투덜대지 않았네요.
이제는 일 년에 한 번 친정에 오는 딸 같습니다.
이 산천에 이사 오지 않았다면, 요렇게 앙증맞은 아이들을 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저기 우리 고양이 노랭이도 볏짚으로 가장해 논 한가운데 앉아 새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뻔한 심산이죠. '어떻게든 잡아먹고야 말겠어!'라고 있겠지만, 매일 얻어터지고 오는 노랭이가 과연 새들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동생을 내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 이부자리에 다시 누웠습니다. 나가기 전엔 꼭 다시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잘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데 두부에게 전화가 왔네요.
“언니 나 반 차 쓰고 집에 갈게. 엄마랑 같이 탱자 주우러 가자.”
그냥 일어나는 게 좋겠죠.
커피를 끓이고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볼까? 아니면 드라마?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무서운 사진이 많아 닫았습니다. 책을 볼까? 머리가 아직 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