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 출근하면 하얀 웃옷과 까만 바지가 세트인 조리복을 입고 주방으로 들어가 하얀색이 들어간 핀스트라프 줄무늬의 앞치마를 목에 걸치고 허리끈을 한 바퀴 돌려 묶어줍니다, 그리고 기다란 티타월을 허리에 끼워 넣습니다. 그다음 집게를 찾으러 돌아다닙니다.
키친핸드로 일하는 친구들이 세척이 끝난 집게를 제 자리에 놓아주기는 하지만, 가끔 뒷감당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엉뚱한 녀석들이 들고 가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전 매의 눈을 뜨고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한 녀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네가 그릴에 불도 안 붙이고 갑자기 두리번거리다, "누가 내 집게 가져갔어. 내 집게 내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수군대며 서로의 집게를 눈을 돌려가며 보기 시작했대요.
눈치 빠른 놈은 얼른 설거지통에 넣고, 어떤 녀석은 안 뺏기려고 용을 쓴다고 하더군요.
그럼 제가 다가와. "다음부턴 네 자리에 있는 걸 써줄래."라며 웃으며 돌아서면 섬뜩하다나요.
거의 제 집게를 가져가는 녀석들은 새로 출근한 녀석들이라, 오히려 저는 절대 화를 안내거든요.
집게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2시간 동안 200개가 넘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촘촘한 이를 가져야 하고, 그것은 아귀가 맞아야 합니다. 적당히 기다랗고, 손과 손가락 안에 잡는 맛이 있으며, 또한 눌렀다 폈다 자유스러운 움직임이 용이하고, 또한 가볍고 튼튼한 스테인리스 재질의 집게가 있어야 합니다.
하긴 10개의 불판 위를 날아다니는 프라이팬을 돌려가며 넘쳐나는 주문의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안정된 집게가 필요하죠.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용한 집게는 반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내 손을 떠나갑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를 강조하며 나무젓가락을 주로 쓴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나무젓가락은 잘 부러지고, 스테인리스는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다는 말로 핑계를 대고 싶지만, 한마디로 젓가락질을 잘못해, 일할 땐 집게가 편합니다.
네, 전 한국 사람임에도 젓가락질이 서툽니다.
오히려 이탈리아 요리하며 젓가락을 쓰지 않고, 집게로 요리하는 저에게는 너무 잘 맞았지요.
전 왼손잡이로 태어나, 아버지께 꾸중도 많이 들었습니다.
“힘들더라도 젓가락과 연필은 오른손을 써라.”라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초등학교 1학년 땐,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담임 선생님과 방과 후에 오른손 글씨를 연습했고요. 밥상머리에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젓가락 솜씨는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글씨요? 오른손으로 개발새발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제 아들도 왼손잡이로 태어난 거 있죠.
아들이요? 자유스럽게 컸지요.
쓸데없는 소리가 들어갔네요.
사실 처음 한식을 배울 때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식은 집게보다는 젓가락을 많이 쓰거든요.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제가 배울 때는 그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젓가락’
이태리로 요리 유학하며 집게를 쓰기 시작했는데 손과 팔이 가벼워지며 날아갈 것 같았어요. ‘젓가락’보다 ‘집게’를 손가락을 이용하듯 자유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지요.
힘 조절이 가능해지며 날카로운 이가 달린 집게로 생선도 뒤집고, 테크닉이 좋아지며 모든 요리가 집게 하나로 되더군요.
그때부터였을까요. 레스토랑에 있는 날 보면, 완장을 팔에 매달고 다니듯 집게를 허리 차고 있던지 손에 들고 돌아다니더라고요.
동생 두부의 말을 빌리자면, 호주 시드니의 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나와 만난 날도 손에 집게를 들고 다니며, 부하직원들이 잘못된 작업을 하고 있으면 말없이 손을 뻗어 집게를 ‘탁탁’ 두드리며 멀리서 쳐다봤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차라리 욕을 하지.”라며 구시렁댔다나요.
그만큼 집게가 손보다 편합니다.
제 주방 동반자이지요.
제가 들고 다니는 집게는 다용도로라고 해야 하나?
집게의 종류를 보면
샐러드용이 있고요. 채소가 무르지 않게 가볍게 집을 수 있지요.
파스타용은 물기 없이 파스타를 건질 수 있고, 접시에 나눠 담기 편리하게 만들어졌지요.
뜰채처럼 만들어진 집게가 있습니다. 데친 채소를 건져내거나, 육수를 끓이고 둥둥 떠다니는 작은 재료까지 걷어낼 수 있어요.
핀셋처럼 생긴 건, 접시에 플레이팅을 할 때 데코레이션으로 올리는 섬세한 요리재료를 올릴 때 쓰고, 손으로 잡히지 않는 작은 것을 집을 때 사용합니다.
생선 뒤집개가 집게처럼 양쪽에 달린 것도 나왔더군요. 빵을 구울 때 좋은 용도입니다.
먹방에서 기다랗고 가느다란 젓가락을 합체해 놓은 듯한 집게도 자주 나오지요. 저는 이것을 고기를 구울 때, 얇은 파스타를 접시에 담을 때 씁니다.
기다란 튀김용 집게도 있군요.
실리콘 재질의 집게에 이어 티타늄 소재의 고기 굽기용 집게도 나왔습니다.
생선 가시를 뽑는 집게에 얼음을 집는 집게까지 정말 많은 집게 종류가 있네요.
집게는 BC 3000년경에 석탄을 잡기 위한 도구로 처음 만들어졌답니다. 그러다 지금의 조리용 집게는 뜨거운 음식을 잡기 위해 발전하기 시작했다지요.
참 오래된 물건이네요.
사진으로 보니 수술대 옆 수술도구 같이 보이네요.
주로 제가 일하던 섹션이 스토브 (파스타, 수프, 가벼운 구이요리 같은 팬을 이용해 따뜻하게 조리하는 곳)나, 그릴(고기나 생선요리를 하는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요리재료를 이용하여 일하다 보니,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제 허리에 총처럼 차고 다니는 집게, 특별할 것 같지만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고깃집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악어 집게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시중에 여러 모양의 악어 집게가 나와 있지요. 손잡이에 실리콘이나 나무로 된 것도 있고요.
여러 모양의 악어 집게가 있지만 길이, 모양, 두께에 따라 느낌이 다르죠. 그리고 잡고 움직여 보면 달라요.
손에 착 붙는 느낌.
그렇게 몇십 년을 써와서 일까요?
주방에선 손보다 집게가 빠릅니다.
아마 다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다면, 한쪽 허리엔 티타월을 다른 한쪽엔 집게를 달고 다니겠죠.
' Table 2. One Sirloin 36 medium-rare, two T-bone medium-rare, two pol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