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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28. 2023

보자기, 뭐에 쓰는 물건 인고하니

요즘 면이나 베보자기 쓰는 분이 있으려나?     


예전에 엄마가 시루에 떡을 찔 때 베나 면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쌀가루와 팥을 켜켜이 쌓고, 시루 틈새에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래떡 마냥 길쭉하게 굴려 늘린 밀가루 반죽을 턱턱 치대 붙였어요.

쪄낸 떡을 엄마가 옮기는 걸, 나와 동생들은 먹잇감을 찾는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바라보았죠. 그리고 엄마가 떡을 옮기는 사이 우리는 떼어낸 보자기로 다가가, 거기에 붙은 달짝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떡을 떼어먹으면

“멀쩡한 떡 놔두고, 그걸 먹어.”라며 네모나게 자르고 남은 부분을 주셨어요.

그때는 보자기에 붙은 떡을, 손가락 10개가 모두 끈적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떼며 동생들 입에 넣어주며 킥킥거리면

“재미있어?”라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가락에 붙은 풀 같았던 떡을 쪽쪽 빨아가며 먹었습니다.

지금은 줘도 안 먹겠죠?     


우리 집엔 보자기가 큰 것, 중간 것, 작은 것 그리고 대·중·소 주머니로 만든 것이 잔뜩 있습니다.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주방용품 중 하나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가르치는 학교에도 면 보자기가 한 5개 정도 있는 것 같네요.

작년 음식 축제에 아이들과 참여해 쌀떡을 만들었거든요. 방앗간에서 빻아온 쌀로 소금, 설탕을 넣고 찧어 손으로 치대고, 고구마와 꿀을 섞어 만든 소를 넣어 만든 떡입니다.

만두를 만들어, 면 보자기를 깔고 만두를 찌기도 하고요.

나물을 데쳐 보자기에 담아 짜내고요.

두부도 보자기에 담아 꾹꾹 눌러 수분을 빼고 동그랑땡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도 잘 안 쓰는, 면 보자기를 아이들이 척척 꺼내 쓰고 있지요.     


제 주방 한쪽에 자리한 트롤리 두 번째 칸, 손이 잘 닿는 곳에 조그만 플라스틱 용기에 이 주머니들이 담겨있어요.     


보통 면이나 베보자기는 육수를 낼 때 파, 마늘, 생강, 무, 멸치 같은 육수용 재료들을 담아 꼭꼭 쌓아 넣어 맑게 끓여내지요.     


백숙할 때도, 온갖 약재며 마늘, 파, 양파, 통후추 같은 재료들을 넣은 베주머니와 찹쌀 넣은 주머니를 커다란 솥에 넣고 끓입니다. 그럼 꺼낼 때 간편하지요. 국물도 탁하지 않고요.     


동치미 통에도 베주머니가 들어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느냐.

마늘, 생강, 갈아 넣은 무, 쪽파, 청각, 고추가 들어있습니다. 동치미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재료들이죠.     

무나 사과, 배 등을 강판에 갈아 보자기에 넣고 돌절구로 눌러 즙을 짜내, 온갖 종류의 양념을 만들지요.      


깨끗이 씻은 굵은 대나무 위로 얼기설기 가늘게 자른 대를 펼친 후 보자기를 깔고, 매실청을 담고 건져내 건더기를 그 위에 얹어 다시 보자기를 깔고, 묵직한 물건을 올려놓고 시간이 지나면 대나무 향이 담긴 청이 만들어집니다.      


만두나 밥을 찔 때도 면이나 베 보자기를 깔아요.      


사실 요즘 시중에 보자기 대신 실리콘을 팝니다. 찜기용 실리콘 패드가 참 편하기는 합니다. 가볍죠, 간편하죠. 거기다 금방 세척이 되고 잘 마릅니다.

그에 비해 보자기는 시간 걸려 빨고 삶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려야 하지요. 그렇다고 옷을 빠는 건조기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실리콘 찜기용 패드

끓는 물에 넣어도 된다는 합성섬유로 만든 보자기나 주머니가 있지요. 요것도 세탁이 편하고 잘 말라 간편합니다.     


우리가 착즙기라 얘기하면 떠오르는 휴롬은 어떻고요.

전에야 재료를 잘게 잘라 넣어줘야 했지만, 지금은 통으로 넣어주면 즙 따로 찌꺼기 따로 나오게 되죠.      

면이나 베 보자기를 능가하는 간편한 주방기구나 용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자기를 고집하는 절 갸우뚱하게 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제 동생 두부입니다.

“언니, 왜 굳이?”

“맛이 달라서.”라고 말을 합니다만 면과 베는 천연소재라 좋아합니다.

일명 손맛이라는 뜻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기계로 드르륵 처리하는 것보다 향이 살아있지요.

손맛과 향이 어우러져 맛이 없는 음식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하나를 더하자면 음식을 만들고 난 후, 밀려오는 뿌듯함의 기운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맞아요.

저의 고집으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힘든 요리 방법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리는 기본에 기본을 더해야 정성이 들어가고, 실력도 쌓이며 좋은 요리사가 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이 보자기 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네요.     


보자기에 마음도 넣고 고이 접어 요리하고 싶은 고지식하고 미련한 요리사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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