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쌤은 남평중이 첫 부임지였고, 나도 진로 체험 선생님으로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 선생이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선생님은 아이들보다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어마어마하게 질문이 많아 수업에 방해되 쫓아낸 적도 있었다.
“윤산 중학교에서 보니까 새롭다. 그지?”
“저도 남평에서만 뵙다가 여기서 보니까 어색해요. 여긴 어쩐 일로? 수업 있어요? 못 들었는데.”
“애들 요리 동아리 만든 거 몰라?”
“누구요?”
“3학년 남자애들, 2학년 전원, 1학년 양준이.”
“나범이 빼고는 전부... 힘드시겠네.”
“괜찮아. 2학년 애들은 초등학교 때 봐서 뭐 그런대로. 그런데 3학년 디엔이가 좀 걱정이고. 양준이는 많이 돌봐줘야 할 것 같던데.”
내 얼굴을 살피던 김쌤이 “잘하겠지요.”하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마를 살짝 손으로 훔쳐 내리는 척하고 “기가선생님한테 부탁이 있어.”라며 선생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당황한 선생님이 한 발짝 뒤로 움직인다.
“기가실 여유되면 기물 좀 사줘.”
“아. 아. 네. 어떤 걸?”
“가마솥하고 불 좋은 휴대용 가스레인지. 어차피 사두면 기술·가정 소속되는 거잖아.”
“그런 도구라면 살 수 있어요. 전에 산 오븐도 잘 쓰고 있는걸요.”
2년 전 윤산중 아이들과 조그마한 전자레인지 겸 오븐으로 수제 쿠키를 구우며 고전하다 “저걸로는 제과제빵을 할 수 없어.”라고 선언했었다. 오븐을 사줘야 제빵 수업을 할 수 있다는 나에게 봉쌤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금액을 알려주더니 브랜드와 구입처를 알려 달라고 해서 산 오븐이었다.
“그럼 브랜드하고 구입처를 알려주세요.”
아니 이건 주방 기구 살 때마다 내가 네이버도 아니고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지들은 클릭만 하고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아쉬운 관계로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기물구입 약속을 받아냈다.
“다른 기물은 안 필요 하세요?”
“기다려봐. 차근차근 하나하나 매주 주문해 줄게.”
따다 다닥 따다다 다닥 소리가 나더니 문에 커다란 것이 부딪혀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유리가 달린 문이 춤을 추며 열렸다.
아이들이 들어오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섯 번의 ‘안녕하세요’가 끝나자 조용하다.
기가쌤이 자리를 피해주려 가방을 들고 나선다.
“그냥 있어도 돼. 오늘은 청소하고 죽순 따러 갈 거야.”
선생님이 다시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난 서서 아이들을 쭈우우욱 둘러봤다.
“재범이는 다음에 올 때 앞머리 자르고 와.”
“왜요?”
“요리하다 앞머리 타겠어.”
“네.”
사진을 찍을 양준이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양준이 누나는?”
“집안일 때문에 먼저 갔어요.”
“그럼 다음 수업에는 올 수가 있나?”
“네.”
“오늘은 누가 칠판에 적을까? 재범이, 네가 적자. 부르는 대로 적어.”
1. 죽순 따고 삶기
아이들이 ‘죽순?’, ‘죽순이 뭐야?’, ‘어디로 따러 가?’, ‘형 우리 어디가?’라며 아이들이 쑥덕거린다.
"재범아, 글씨가 안 보여. 개미만 해."
지우고 다시 쓰는데 첫 글자만 크고 다시 쪼그라들었다.
2. 주방 기구 청소하기
‘오늘 청소하는 날이었어?’, ‘요리는 안 하는 거야?’,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던데.’하며 웅성웅성하며 날 힐끔 쳐다본다.
3. 안전 규칙 정하기
‘봐 요리는 안 하네’, ‘그럼 오늘은 아무것도 안 먹어’, ‘나도 몰라’, ‘형이 물어봐’라더니 호들갑들을 떤다.
“오늘은 요리 안 해. 조리기구에 먼지가 쌓였지, 너희도 나도 어떤 조리기구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지. 어떻게 요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