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잼
안쪽에 깊이 놓여있는 김치통.
작년 무김치가 들어있습니다.
가위로 조금 잘라 입에 넣었지요. 한번 씹자마자 입에서 튕겨 나오니 제 입이 후하고 뱉어버리더라고요.
익어도 너무 익어 아무거나 잘 먹는 내 입도 감당을 못하더라고요.
도저히 그냥 먹을 수는 없고, ‘버려.’라고 머리는 소리치지만 손에 든 집게로 김치통만 툭툭 쳐대고 있는 내 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 머릿속에선 ‘무김치가 아니어도 오이지에 열무김치, 섞박지처럼 담아놓은 무김치, 파김치 말고도 먹을 게 많은데 굳이 요놈을 두고 먹어야 하나.’라며 쓸데없는 계산기를 탁, 탁, 두드리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었었습니다.
사과 잼, ‘얼마 전 만든 사과 잼이 있으니 과일은 안 갈아도 되고….’라는 말을 되뇌며 장가방을 들고 귀신에 홀린 듯 마트로 향했습니다.
돼지 앞다리살, 두루치기엔 돼지 삼겹살이나 목살보다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값도 저렴하죠. 생각보다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저는 적당한 크기로 썰린 돼지 앞다릿살 덩어리를 장바구니로 쏙.
두부, 아침에 토스트에 구운 토마토, 달걀 프라이, 요거트를 먹었으니 탄수화물은 패스해도 뭐. 두부 두 모를 장바구니에 쏙.
파와 양파, 마늘, 생강은 집에 있으니 장보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일단 파와 양파, 마늘, 생강을 다듬고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담아 놓았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재료를 썰어볼까.
마늘과 생강
- 돌절구를 이용해 으깨듯 빻아주세요.
- 칼로 마늘과 생강을 다져도 됩니다.
- 귀찮으면 푸드프로세서나 다짐기 같은 기계를 이용하세요.
- 냉동실에 저장해 둔 마늘과 생강을 꺼내 녹여 사용하기도 하지요.
파
- 길이로 반으로 가르고 큼직큼직하게 썰어줍니다.
-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주고요.
- 냉동실에 있는 파는 두루치기가 익을 때쯤 사용해 주세요.
양파
- 햇양파는 주사위가 커다랗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크기로 썹니다. 사각 썰기
- 묵은 양파는 길이로 조금 두껍게 썰어요.
- 귀찮으면 가위로 자르세요.
돼지고기 앞다릿살
- 넓적넓적하게 썰어줍니다.
- 고기를 써는 일이 아무래도 ‘버겁다’ 싶으면 구매처에 부탁해서 썰어 달라 해도 됩니다.
- 크기는 만드는 사람 마음입니다.
두부 한 모
- 끓는 물에 삶아 밥 대신 먹을 겁니다.
- 잘라서 소금을 뿌리고 잠시 물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부쳐 드셔도 됩니다만 전 기름진 비곗살이 포함된 돼지고기 부위를 선택했기에 데친 두부를 권합니다.
묵은 무김치
- 총각김치가 될 수도 있고 섞박지가 될 수도 아니면 동치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총각김치라 이파리 쪽은 큼직하게 반으로 썰고, 무는 손가락 길이로 넙적넢적 썰었습니다.
- 가위로 뚝뚝 썰어도 되지만 익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립니다. 돼지고기와 익는 속도가 비슷할 것 같은 적당한 크기 추천.
버무리기
- 적당한 불을 꺼냅니다.
- 마늘 1/2 T 스푼과 생강 1/3 T 스푼을 넣습니다. 강한 마늘과 생강 맛을 원하신다면 1T씩 넣으셔도, 아니면 더 넣으셔도 무관할 듯합니다. 내 입에 맞아야 맛있는 음식이니까요.
- 고춧가루 2T와 고추장 1T 고추장 두루치기를 원하시는 분은 고춧가루를 빼셔도 돼요. 들쩍지근한 맛이 싫다고 고추장을 빼는 분들도 있더군요. 선택은 만드는 사람 몫.
- 화룡점정, 한 달 전쯤 만들어놓은 사과 잼 1T. 두루치기에 갈아놓은 배나 사과가 들어가면 풍미가 좋아지죠. 잡내도 잡아주죠. 거기다 약간의 설탕은 덤. 만들어놓은 사과 잼을 사용하니 귀찮은 일이 줄어 좋습니다.
(그래서 전 못난이 홍시와 반건조 곶감, 배, 오렌지, 사과, 무, 탱자, 양파와 같은 재료로 잼 같은 소스를 만들어놓고 요리할 때 사용합니다.)
- 간장 1T 정도 넣어 감칠맛만 주었습니다.
- 양념장이 들어간 볼에 썰어 놓은 무김치와 돼지 앞다릿살을 넣어 버무립니다.
- 썰어 놓은 파를 넣습니다.
- 양파는 익힐 때 넣을 겁니다.
양념은 내가 가진 무김치의 맛에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익히면서 간이 약하다면 간장이나 소금 또는 젓국 or 참치 액젓 같은 기호에 맛은 재료를 선택해 간을 해줍니다.
잘 버무려진 ‘묵은 무김치 & 돼지 앞다릿살 두루치기’를 통에 넣어 냉장고 두고 살짝 숙성을 시켜줍니다.
1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냉장고에서 썰어 놓았던 양파와 ‘묵은 무김치 & 돼지 앞다릿살 두루치기’를 꺼내 왔습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 중입니다.
귀찮아도 ‘무쇠 철판’에 구워 불맛을 내줄 것인가?
더 귀찮은 ‘석쇠’에 굽고 온 집안의 창문을 열어줄 것인가?
맛은 이것이 최고겠지만 다행히 집에 ‘석쇠’가 없습니다. 전번에 쓰고 버렸나 봅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럼 ‘웍’은 높이가 있어 기름 튈 걱정 없고, ‘웍’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 센 불에서 볶아내면 시간 절약되지만, 가정집 부엌이라 불만 내기는 어렵고….
귀찮은데 그냥 ‘넌스틱 냄비’에 넣고 센 불에서 살살 볶아 뚜껑 닫고 약물로 익히면 몸이 편해지는데…. 오래 익힌 탓에 야채는 죽이 될 것인데….
결정했어!
- ‘무쇠 철판’을 꺼내 가스레인지에 붙은 동그란 점화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센 불로.
- 무쇠 철판이 뜨거운 기운을 풍길 때 그 위에 ‘묵은 무김치 & 돼지 앞다릿살 두루치기’를 올립니다.
- 츠으으 익는 소리가 들리면 뒤집어 섞어 줍니다. 그리고 양파를 올립니다.
- 너무 자주 섞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뒤집어가며 익혀줍니다.
- 옆에서는 끓는 물에 넣어 놓은 두부 한 모가 잘 데워지고 있습니다.
- 이제 두부 안쪽까지 데워진 것 같습니다.
- 살짝 굴곡 있는 접시나 쟁반 또는 비슷한 용기에 두부를 담아 물기가 살짝 빠지도록 기다리며 ‘묵은 무김치 & 돼지 앞다릿살 두루치기’를 마무리합니다.
아차차,
‘묵은 무김치 & 돼지 앞다릿살 두루치기’에 양배추나 당근 같은 볶음 채소에 적합한 채소를 넣어도 좋습니다.
저는 이번에 당근 넣어 볶는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돼지고기에 볶아진 ‘로컬 마트 표 갓 뽑은 당근’이 얼마나 맛있는데, 깜빡했네요.
드실 때.
따뜻한 밥 (저는 1 쌀: 1 삶은 콩+삶은 귀리 그리고 보리와 수수가 들어간 밥)을 접시에 담아 원플레이트로 드셔도 좋습니다.
두부와 같이 드신 후 밥을 볶아 드셔도 되고요.
우동이나 면을 넣어 볶음면도 좋아요.
그리고 술안주로 딱!이지요.
이제 맛나게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