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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09. 2023

이 맛에 살지요. 15

산천 요리생+.....

손이 간질간질하다.


머릿속에서 아이들의 웃음과 재잘대는 소리가 주마등처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아무래도 이상한 주문에 걸린 것 같다.


사실 글을 쓰자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즐거운 생각보다 안쓰러운 생각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아무리 잘하려 노력을 해도.

"저 녀석들 공부를 저렇게 해야지."

아이들이 맛난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해도.

"요리하면 눈이 번쩍 떠지지. 수업시간에 졸지 마."

"나범인 요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야."

. . .


작년 한 해, 우리 동아리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어지는 요리 교실을 다음 해에도 유지하고 싶어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말한다.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남아 있는 부원들을 위해 견디고 또 견디며, 아이들은 책임감과 뿌듯함이란 단어의 뜻을 이해했다고 했다.

내가 보아도, 우리가 하는 일들을 봐달라 부탁하듯 ‘열심히’란 단어로 살았었다.


그런 아이들를 위해 난 고개를 숙였다.

교장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교육청에도 군청에도 관심요청을 드렸다.

매일 매진을 기록한 요리 축제 부스 운영과 3개월 짧은 연습이었음에도 요리대회 수상을 한 아이들의 성과를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요리 활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했지만,

지금까지도 이렇다는 답변이 없어 속상하다.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해 주시는 교수님들께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해 몇 차례 질문을 드렸지만.

‘학생 대상으로 로컬 교육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가장 중요한 사업입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한국 학교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합니다.’

‘좋은 일 하시니 좌절하지 말고 밀고 나가길 바랍니다.’

정도의 피드백이 전부였다.

하긴 교장 선생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내가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


동생은 어차피 요리사가 되겠다고 배우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뒷받침이 없는 아이들을 언니가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안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웃고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내가 그동안 메모했던 일들을 정리해 글로 옮기며, 즐거운 생각들이 뿅, 뽕, 뾰보뵹하고 나오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내 어린 시절과 내 아들과의 추억 그리고 아이들이 지금 나와 나누고 있는 시절들이, 다시 나를 가르쳐 주고 있다.       


언젠가...

요리 축제에서 판매할 떡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쌀 한 자루를 얻어와 쌀가루를 만들어 고구마 고명을 넣은 떡을 만들었다.

열심히 떡 빚던 중 재범이었나? 그리였나?

“선생님 왜 우리한테 잘해줘요?”

“글쎄.”

난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은 우리가 만난 건 기분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해. 난 너희들이 단단하게 커 줘서, 나중에 너희와 같은 상황에 닥친 아이들을 만난다면, 지금 선생님처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 공부 못하는 게 못난 사람은 아니야. 아직 너희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지 못해서 그렇지. 선생님이 전에 그랬지. 선생님 학교 다닐 때 꼴찌 해본 적 있다고. 아직 너희는 너희가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한 것 같아. 그때까지 그냥 지켜봐 주려고. 선생님은 지켜봐 주는 거지, 잘해주는 게 아니다.”

나만 아이들을 지켜본다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아이들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자, 그리고 기다려주자. 또 다짐을 해본다.

그렇게 난 매일 못난 선생으로 산다.     



하. 지. 만.

“우스야. 남 신경은 쓰지 말고 우스 플레이트 마무리하시라고요.”

“그리야. 왜 선생님이 보여준 샘플 대로 썰지 않았는지, 수업 끝나기 전까지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말을 해줘야 선생님이 알지. 뭘 원하는지. 응? 응?”

“부다야. 동생들만 설거지하면 기분 나쁘지 않겠어? 너도 좀 하지.”

“방울아. 니트릴 장갑 끼고 핸드폰 만지면 안 된다고.”

수업마다, 8명의 아이의 이름을 100번(거짓말 조금 보태서)은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곤 녹초가 된 난, 가방이 나의 몸을 질질 끌고 차에 태운다.  


   

그래도

“선생님, 충청도 사람들이 요리를 잘하나 봐요.” 재범이가 신기하다는 듯 날 본다.

“왜?”

“선생님도 충청도고 백종원 아저씨도 충청도 맞지요?” 재범이가 맞췄다며 좋아라한다.

"와~ 백종원 선생님이랑 동급으로 봐주는 거야? 황송한데."

"선생님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소리쳐준다.

내가 전라도에서 요리 잘하는 사람이라 인정을 받고 있다.

내 새끼들~ 


이 맛에 수업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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