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식물을 다루는 손길이 거침없다. 한 손엔 가위를 다른 손엔 식물의 목대를 잡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르고 또 자른다. 손놀림은 아주 빠르게 "가치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눈다. 그는 바로 그렇게 말했다. 가치가 없는 것은 닭 모이로 주면 된다고, 그러고 난 후 가치 없는 것으로 분류된 그것들이 닭장 안에 던져졌다. 솜털 같은 하얀 털 대가리를 가진 낯선 모습의 닭들이 가치 없는 것들로 몰려들어 쪼아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는다.
다시 작업하는 손길이 보인다. 다듬을 다육식물들이 줄을 섰다. 플라스틱 화분 받침에 종류별로 들어있다. 한 화분 받침이 카메라 앞에 들어오면 다육 이름을 말하고 바로 가위질을 한다.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도 다육 이름을 발음하고 설명하는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들어있다. 신참의 약간은 과장 섞인 싱그러운 자신감은 아니다. 실수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오만함이 배어있는 농익은 자신감이다.
카메라가 줌 아웃하여 주변 전체를 스케치하듯 돌린다. 그의 하우스엔 가치가 정말 높을 것 같은 여러 종류의 다육 식물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고 꼿꼿한 형태를 갖춘 다육 식물들이다. ······ 아 름 다 웠 다.
가위질 한 번에 가치와 무가치를 남발하는 그의 입술에 아연실색했다가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잘 자란 다육 식물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자니 당황스럽다.
거기에 낭만은 없었다. 다육식물은 가치 있는 것이 잘 선별되어 자신의 건강한 유전자를 대대손손 이어갈 것이다. 잘 길러낸 농부는 돈을 벌 것이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닭들은 맛있는 그러나 가치 없는 다육이를 먹고 반들반들 털을 가꿀 것이다.
가드너의 방식과 농부의 방식, 식물 자신에게는 뭐가 더 좋은 일일까 문득 고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