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나는 의아해하는 중이다.
올여름 처음 먹었던 수박의 씨를 몇 알 심었는데, 그중 한 개만 싹이 나왔다. 작고 동그란 잎 두 개가 마주한 쌍떡잎이었다. 까만 수박씨 껍질을 머리에 얹고 나와 터질 때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 떡잎을 제치고 두 번째 세 번째 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떡잎 하고는 완전 딴판으로 생겼다. 뾰족하고 쭈글쭈글한, 호박잎의 손톱만 한 버전이다. 어떻게 떡잎을 보고 수박 잎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일까.
미니 파프리카 떡잎은 길쭉하고 뾰족했다. 수박보다는 임팩트가 덜 하지만 역시 두 번째 잎부터는 모양이 좀 더 둥글어진다. 마찬가지로 떡잎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잎은 아니었다.
알로카시아 오모라와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두 개체는 처음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키는 30센티미터쯤이었고 잎은 손바닥만 했다. 떡잎이 바로 떨어지지 않고 성체로 자라는 식물인 것 같다. 자생지가 동남아시아 쪽 그리고 남아메리카 쪽인 두 식물 역시도 저 속담을 증명해 주지 않는다. 날이 더워지자 본격적으로 새 잎이 올라와 자라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엄청나다. 뿐인가 새 잎은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떡잎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몬스테라의 새 잎은 그의 시그니처 찢잎(찢어진 잎)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떡잎으로 그 식물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속담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저 믿음이 나의 어린 시절을 얼마간 옥죄었었다. 화가 난 부모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올 땐 듣기 싫었고, 스스로 책망할 만한 일에 대해서는 핑계가 되는 말이었다. 그랬음에도 내 자식을 키울 때 부지불식간에 떠올랐다. 마음에 입에 습관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자식을 책망하는 데 이용하고, 제발 떡잎과는 달랐으면 아님 떡잎만큼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만들어 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