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습도계

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by 지니


얼마 전 다이소에서 온습도계를 샀다.

식물이 자라고 있는 베란다의 온도와 습도를 알고 싶어 졌는데, 자주 찾는 식물유튜버들 중 몇몇이 식물의 생장 온도와 습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온습도계를 걸어두니 베란다의 온도와 습도를 알게 되었다. 단지 온도와 습도를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식물에게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 베란다의 식물이 여러 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 한 종이었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네이버 쇼핑에서 물꽂이용으로 쓸 유리 플라스크를 검색하다가 - 역시 장비 발에 대한 유혹은 강하다 - 따라붙은 온습도계를 클릭해보았다. 실험실용 도구 쇼핑몰이어서인지 2천 원으로는 살 수 없는 다양한 온습도계들이 있었다.


눈에 띄는 사용 후기가 있었다.

"만족합니다. ~~~ 정확하고요."


'정확하다라~~~, 정확하다는 걸 어떻게 알지?'

온도계의 온도가 정확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온도계를 사용하기 전, 미리 온도를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온도계 없이 온도를 안다면 온도계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식물의 생장 온도와 습도는 그 식물의 자생지 환경에 대한 정보이나 그 정보는 단편적이고 지극히 부분적인 것이다. 만약 식물이 온도와 습도에만 반응한다면 그건 생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생물인 쇠는 온도가 높으면 휘고, 습도가 많으면 녹이 쓰니까.


온도와 습도에 대한 언급 속에는 식물과 식물을 둘러싼 환경을 인간의 손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의식 중에 있다. 베란다처럼 작은 공간이라도, 온도와 습도를 컨트롤하기는 어렵다. 그뿐인가 식물에게 적합한 공기 내부의 조성을 알 수도 없고 그러니 만들어 줄 수도 없다.


새순이 왜 반가운가, 개화가 왜 감동인가, 그것이 의외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내 베란다의 환경에서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온도와 습도 같은 수치에 좌우되지 않는 생명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 하나를 들이고 그 식물에 관한 여러 영상을 본다, 반복해서 본다. 식물에 대한 지식은 네이버 지식백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보고 또 찾아서 본다. 식물 유튜버들 각자의 경험을 사는 것이다. 식물이 사는 공간들, 식덕들의 식물 만지는 손길들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그렇게 다른 환경 안에서 같은 이름의 식물이 살아가는 것을 보노라면 식물이 진정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알게 된다.


온습도계를 나는 왜 샀을까?

식물을 위해서라는 명목만 가졌을 뿐 정작 식물과는 많이 상관없는 물건이다. 그냥 갖고 싶었다. 식물 유튜버님들의 의도 없는 낚시질에 걸려들고 싶었다. 2천 원짜리 다이소의 온습도계가 알려주는 내 베란다의 온도와 습도를 본다. 어제도 오늘도 큰 변화 없는 수치다. '그렇군'하고 고개 한번 끄덕일 용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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