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사랑에 빠진 사람을 옆에서 보면 바보 같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볼 줄 모르는 눈, 유치원생 수준으로 떨어진 셈 능력, 풋내 나는 열광과 갑작스러운 하강의 얼떨떨함. 한 마디로 무 모 함.
깊이 더 깊이 빠질 뿐 자신을 보지 못하고 남이 안 보이고 남의 눈을 느낄 수 없다.
중년 나이의 내 사랑은 좀 달랐다. 사랑에 빠진 자의 고유함이라 할 수 있는 무모함은 살아있고 그러나 그런 나를 내가 보고, 그런 나를 보는 남의 눈도 본다. 남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에게 그러니까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나는 그저 무모할 뿐이다. 무모하게 보일 나를 나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휴일, 꽃집이 군데군데 늘어서 있는 곳 근처로 엄마와 점심을 먹으로 나갔다. 바로 앞이 화원인 음식점이었다. 다육식물들이 주로 많았고 다육이를 옮길 만한 조잡한 화분들이 한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내가 좋아하는 관엽식물과 양치식물이 있다. 신나서 이건 뭐고 저건 뭐네 하면서 휘젓고 다니는데 엄마는 또 한 소리 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 어쩌고 하는.
엄마도 식물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게 뭔지 모르지만 당신의 제한선을 딸이 넘는다 싶으면 갑자기 태도를 달리한다.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유했던 연대감이 갑자기 핀잔으로 바뀌는 것. 배-신-자(피이!). 흰머리 희끗희끗한 자식에게 길 조심하라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노모는, 흰머리 희끗희끗한 자식을 허락 없이 사탕 하나 더 먹었다고 쥐어박기도 한다. 한번 자식은 영원한 자식이라면 한번 엄마는 또 영원한 엄마이다. 그 사이는 아무래도, 좁지만 깊은 골이 지난다.
점심을 먹고 엄마 집으로 갔더니 동생네와 언니네 식구들이 와있다. 엄마의 베란다로 나가서 몇 주 전에 허브랜드에서 가져온 식물들을 살펴보았다. 녹보수 잎이 반짝반짝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몰래 꺾어온 몇 가지 식물도 삽목 되어 아직 살아있다. 그날을 기억하자 다시 신이 났고, 못 보던 이 식물은 이름이 뭐냐, 저건 물꽂이를 할 수 있냐 그럼 잘라줄 수 없겠냐, 요리 갔다 조리 갔다 하며 혼자 떠들었다. 그러는 동안 안쪽에서 식구들 하는 말이 들린다. 갑자기 왜 저러냐는 둥, 쟤는 식물도 학구적으로 좋아한다는 둥, 자기는 식물을 죽이는 손이라는 둥.
동생이 문득 묻는다. "누나, 집 늘렸어?" 물었지만 대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다.
'집을 늘린 게 아니라 마음을 넓혔지. 식물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넌 오늘 나한테 한방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