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덥다.
2평 베란다 온도가 종일 문을 열어두어도 30도 아래로 떨어지질 않는다.
어제 페페는, 그 동글동글한 잎들은 새로 나오기 시작한 새끼손톱 반만 한 잎 한 장만을 남기고 다 떨어졌다. 인삼 뿌리 같은 작은 구근을 달고 있으니 혹시나 수경재배로 살아날까 물에 담가 두었다. 그렇게 어이없이 떨어졌으면서 떨어진 잎들은 잎줄기를 물에 꽂으니 빳빳하게 생기를 찾았다. 야속하다. 너무 쌩쌩하여 기대하게 될 정도다. 잎줄기 끝에서 뿌리가 나오면 좋겠다고. 유튜브 영상을 하루 종일 봤지만 필레아 페페는 그런 식으로는 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물꽂이도 잎줄기 끝에 구근의 일부가, 구근의 껍데기라도 붙어 있어야만 성공한다. 수박 페페는 잎을 반으로 잘라 흙에 꽂아도 뿌리가 나온다던데. 정말 섭섭하다.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식물 꿈을 꾸었다. 식물 꿈이었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는데, 눈뜨자마자 "화분이 박살 났어"라고 말했다고 남편이 말해주었다.
필레아 페페 잎들은 밤 사이 더 탱탱해졌다. 뿌리와 줄기 사이의 어디쯤 물관이 막혔었나.
정오가 지나면서 베란다의 온도는 더 올라갔다. 30도를 넘어 32도. 서큘레이터의 바람만으로 이 더위를 견딜 수 있을까, 내 몸에 땀이 솟을 때마다 더워 죽겠다는 식물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아침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있던 화분 하나가 말라있다. 흙이 보슬보슬하다. 아침에 다 확인했는데 나를 믿을 수가 없다. 다시 하나하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보았다. 아 그 사이 마른 것이 또 있었다. 큰일 날 뻔했다. 종일 찔러보고 잠깐 앉았다가 다시 찔러보고 돌아가며 물을 주느라 녹초가 되었다.
베란다 바깥문을 닫았다. 중간 문을 열고 에어컨 바람을 보내기로 했다. 찬바람을 옮겨 줄 서큘레이터도 계속 돌렸다.
아, 전기세!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