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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Nov 04. 2020

#15. Michael Solovyev님의 제자가 되다

 2019년 말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하며 인생의 큰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몬트리올로 이주하며 좀 더 본격적으로 그림에 대해, 특히 수채화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요. 펜과 수채화 모두 매우 매력적이시며 몬트리올에 거하고 계신 '샤리 블로코프'님이나 '마크 타로 홈스'님께 레슨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회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개인으로도 그룹으로도 레슨을 하고 계시진 않더라고요. 아쉬웠지만 몬트리올에 도착하여 어반 스케쳐스 모임에서 뵙게 된다면 직접 문의를 하거나, 혹은 뵙지 못할 경우 이메일로 문의를 드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추천한 그림 채널들을 살펴보고 있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채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15 minutes watercolor with Michael Solovyev'라는 이름을 가진 채널이었습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LicphjZ4y8GoKtRnz_gLxw)' 15분 수채화? 스피드 페인팅으로 수채화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인가?' 궁금해하며 영상 썸네일들을 살펴보는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 한 영상을 시청하는데, 맙소사!! 정말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그림을 완성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웠습니다. 15분 동안에 그릴 수 있는 그림 퀄리티가 아니었거든요. 이 분은 도대체 누구실까? 하고 혹시나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있으신가 검색해보니 있더라고요.(https://www.instagram.com/michaelsolovyev/) 그림 느낌이 너무 좋으시다 했더니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채화 마스터 이시더군요. 수채물감 브랜드 '다니엘 스미스(Daniel Smith)'의 대표 아티스트 중 한 분이시고, 수채화 탑 마스터분들인 '알바로 카스타그넷(Alvaro Castagnet)', '죠셉 즈부크빅(Josehp Zbukvic)'님들과 함께 하신 이야기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이클 솔로브예브(Michael Solovyev)'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Watercolor Master Michael Solovyev]


 정말 집중하여 틈 나는 대로 이분의 영상들과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며 '와, 정말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그리시는구나! 이 분을 혹시라도 만나볼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고 이 분은 도대체 어디서 활동하고 계신지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검색을 통해 마이클 솔로브예브님의 홈페이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홈페이지 타이틀이 'Michael Solovyev Watercolor | Montreal'로 되어 있는 거예요. "몬트리올? 몬트리올에 계신다고?" 게다가 홈페이지를 더 살펴보니 몬트리올에서 레슨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바로 이메일로 레슨을 받을 수 있겠는지 문의를 드렸습니다. 답장이 왔는데 레슨이 가능하고 몬트리올에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Lashine sunset - 1st Award of Excellence on the 2019 Elected Members Exhibition of Society of Canadian Artist]


 몬트리올에 도착하여 며칠 후 바로 마이클 솔로브예브님께 연락을 드렸고 2020년 1월 10일 드디어 첫 레슨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웃음만 가지고 오라."고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레슨 받으러 가는 길은 한국에서 처음 수경 화실을 가던 때처럼 정말 두근거렸습니다.


 수업은 마이클 솔로브예브님 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는데 바로 유튜브에서 보았던 스튜디오였습니다. 이 날로부터 마이클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Michael Solovyev studio]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난 후 저와 저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하셔서 그간 어떻게 그림을 그려 왔는지를 이야기하며 당시 그리고 있던 스케치북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림들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 보신 후 "그림이 다 참 좋은데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림이 오브젝트 중심이라는 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의미를 되새겨 보는데 '수채화는 라인 중심이 아닌 면 중심이라는 것'과, '하나하나의 오브젝트를 표현하고 그 내부를 채색하는 것이 아닌 오브젝트의 경계를 넘어선 빛과 어두움을 표현함으로 오브젝트를 드러내는 것'에 대하여 이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이 궁금해했었던 수채화 마스터님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단순화'의 실마리를 바로 얻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빛과 어두움의 그룹화를 오브젝트를 표현하는 것보다 상위 가치에 둘 때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브젝트 하나하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과 어두움을 그리며 오브젝트를 드러내는 것이다.


 첫 수업부터 그간 제가 그림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는데요. 마치 '그림은 재능 있는 누군가가 그리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처럼 당연히 그림을 통해 오브젝트를 그리는 것이지 빛과 어두움을 그려서 오브젝트를 드러낸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조차 못해본 개념이었습니다.

위의 개념을 소화하느라 씨름하고 있던 제게 선생님은 밑의 그림을 예시로 그려 주셨는데 빛과 어두움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오브젝트를 얼마나 단순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짧은 시연이었습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빛과 어두움에 집중할 때 이렇게까지 단순화할 수 있구나!' 하고 그림에 대한 어떤 사고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날 깨진 또 하나는 고정관념은 '아르쉬(Arches)' 수채 용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간 채색하기만 하면 색이 날아가고 연해지는 것 때문에 이 종이에 수채화를 그리는 것에 참 어려움을 느껴 '기피 1호 종이'로 여기고 있었는데요.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오히려 종이가 좋아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이에 글루(glue)가 적게 포함되어 물과 물감의 입자들이 종이 깊숙이 침투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었어요. 적절한 물과 물감을 사용할 때 아르쉬 종이에 그리는 수채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다른 종이와 비교해주신 것을 통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첫 수업 때 저도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빛과 어둠을 통한 단순화'가 어설프게나마 제 그림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선생님과의 첫 수업에서의 그림 - 2020.01.10]


 처음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서는 "지금 그리고 있는 오브젝트 중심 스타일도 잘 만들어왔고 펜 앤 워시 중심의 어반 스케치에도 관심이 많으니 앞으로의 수업 방향을 이쪽에 집중하여 진행해도 좋고, 아니면 수채화에 좀 더 집중하여 면을 중심으로 그리는 수채화의 매력을 알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어느 것을 원하느냐?"라고 물어보셔서 "지금은 수채화에 좀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선생님처럼 빛이 잘 느껴지고 물 느낌이 좋은 수채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첫 수업을 마치고 흥분을 가득 안고 계속 수업 시간의 내용들을 되새기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수업 후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마이클 선생님께서 4월 중순부터는 수채화 워크샵으로 월드 투어 일정이 있으셔서 4월 초까지만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회 한 회 정말 귀한 시간으로 여기고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별안간 코로나 사태가 터져 선생님의 모든 월드 투어 스케줄이 취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참 안타깝지만 이로 인해 제게는 감사한 일이 생겼습니다. 비록 예전처럼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받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계속 선생님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글을 쓰는 지금도 수업을 이어가고 있네요.


 수업을 통해 저의 수채화는 참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개인 맞춤형으로 저에게 맞게 커리큘럼을 잡아 주시는데요. 지난 수업 이후로 그렸던 그림들을 미리 보내면 이에 대한 피드백들과 함께 그릴 때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를 이야기하고 이에 맞는 주제를 직접 그림을 그리시며 설명하여 주십니다. 수업을 위해 준비하신 이미지들 중 그날 그림으로 설명을 듣고 싶은 이미지를 제가 고르게 되는데 그림 시연을 마치신 후 항상 'your turn!'이라고 하시며 저도 그리도록 과제를 내주셔서 저는 이를 'your turn 이미지'라고 부르는데요. 선생님도 어느 순간부터 This is today's 'your turn image'!라고 하시더라고요.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your turn 이미지로 과제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밑은 포컬 포인트를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배웠던 36회 차 수업의 your turn 이미지와 과제 제출 그림입니다.


 과제물로 그린 그림이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뭔가 정확히 알기 힘들 때 선생님은 정말 이를 잘 캐치하시고 저에게 맞춤형으로 솔루션들을 제공해 주세요. 그중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잘못된 고정관념들도 많더라고요. 마이클 선생님을 통해 참으로 다양한 고정관념들을 고치게 되었고 나날이 수채화를 즐거워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글로 선생님과의 만남과 수업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더니 기꺼이 이 글에 사용하도록 선생님의 사진들과 그림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주의 수업에는 또 어떠한 피드백들을 들으며 어떤 your turn 이미지를 접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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