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육아가 우리 능력 밖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힘들었던 오늘
쌍둥이 키우는 거, 우리 능력 밖이 아닐까?
육퇴하며 남편과 저는 서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어요. 저희가 한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계속 칭얼거려서 둘 다 완전히 녹초가 되었거든요. 먹이면 놀아달래고, 졸리면 재워달래고. 더구나 두 아이의 생활리듬까지 엇갈려서 한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마지막 밤 기저귀를 갈아줄 즈음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완전히 바닥났습니다. 아이가 다리를 움직여서 기저귀를 차내는데 너무 얄밉더라고요. 다른 녀석은 재워달라고 제 몸에 엉겨 붙어서 칭얼대는데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엄마가 지금 노니? 노냐고!' 하면서 언성까지 높여버렸습니다. (여기 옮기지는 않겠지만 남편도 만만치 않았어요.) 두 사람 모두 앉았다 일어날 기운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이들이 불편해하니, 쌍둥이 육아는 우리 능력 밖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하지요.
아이들은 이제 막 짚고 서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이 넘쳐서 뭐든 쥐려고 하고 이내 입으로 가져갑니다. 일 분 일 초를 쉬지 않고 움직여요. 잘 눕지도 않고 가만히 있질 않으니 옷을 갈아입히기도 기저귀를 갈기도 손톱을 다듬어주기도 이유식을 먹이기도 힘듭니다. 양육자들이 밥 한 술 앉아서 먹을 여유를 주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직 자기 힘으로 걷거나 손을 정교하게 쓰지는 못해요. 덩치는 덩치대로 꽤 커졌는데 말입니다. 육아 선배들도 '그때가 힘들다. 스스로 걸으면 조금 나아질 거다'라고 말하더군요.
쌍둥이 양육자들의 메카, '쌍둥이 나라' 카페에서 알게 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살려만 두기 육아'인데요. 말 그대로 아이들이 살아있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만 하는 거지요. 먹이고, 재우고, 배변 처리해주고. 책을 읽어준다거나 눈 마주치고 놀아준다거나 많이 안아주는 그 이상의 육아는 엄두도 못 냅니다. 요즘 저희가 점점 그렇게 되고 있어요.
기본 육아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스킨십하고 관찰하고 관계 맺으며 힘을 많이 얻기 때문에 살려만 두기 육아는 몇 배로 더 힘듭니다. 아이들만큼이나 저희의 만족도도 떨어집니다. 오늘처럼 번아웃 상태가 오는 게 무리는 아니에요.
아이들도 지쳐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든 오늘. 저와 남편은 각자 빈둥대기도 하고, 저녁도 좀 더 신경 써서 지어먹었습니다. 맘 같아선 맥주 한 캔 따서 시원하게 마시고 싶습니다. 남편도 '한 잔 할까?' 슬쩍 물어보더라고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잔은 행복하지만 내일 아침까지 해장을 할 체력의 여유가 없어요. 육아에서 오는 피로도 못 풀고 고스란히 안고 지내는 걸요. 제가 여기저기 아파서 각종 약을 달고 살기도 하고요.
남편이 아쉬운지 위스키 잔에 과일주스를 따릅니다. 꽤 분위기가 나네요. 자연스레 건배 포즈를 취합니다. 힘나는 멋진 한마디를 하고 싶지만 떠오르는 말이 없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는지 약간의 침묵이 흐릅니다. 오래지 않아 아주 가볍게 그의 입에서 터진 말은,
이런 날도 있는 거야.
맞아요. '역시 우린 멋진 육아 파트너야!'라며 거들먹거린 날도 있었고, '아, 보통 일이 아니네'하며 버거워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오늘이 된 거고요. 이런 날도 있는 거죠.
내일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아닐 수도요. 어쨌거나 아이들은 하루하루 자라고, 우리는 잘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수면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오늘을 기록해 두니 왠지 든든하네요. 아이에게 화를 냈거나, 마음만큼 아이들을 돌보지 못했거나, 너무 지쳐서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울 지경일 때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아마 내일 아침 아이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해맑게 다가올 겁니다. 다시 주어지는 하루를 감사히 맞이하기 위해, 이만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