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고민, 1년 후 들여다보니...

쌍둥이육아를 준비하는 당신께(1)

by 이진희

휴대전화를 뒤져보다 메모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출산 전에 고민했던 질문들이 적힌 메모였어요. 아가들의 돌을 슬슬 준비하는 지금, 제가 1년 전의 나에게 대답해주듯 답을 적어봤습니다. 이 질문들은 쌍둥이 육아를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에겐 '현재'의 고민이겠지요. 지나고 보니 단태아 육아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목도 있고, 쌍둥이에 특화된 부분도 있네요.


미리 밝히지만 이 글은 이벤트 참여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원고료를 받지도 않았으며, 그 어떤 협찬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모든 육아고민이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혹 더 좋은 아이디어나 나눌만한 경험, 문제가 될만한 대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젖병은 몇 개 사야 할까?

젖병 수는 여유로움과 정비례합니다. 젖병이 많을수록 설거지 주기가 길어지니까요. 대신 주방이 번잡해집니다. 다 먹은, 하지만 씻기 전의 젖병이 싱크대에 늘어선 모습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생각보다 젖병과 그 일체 부속물(소독기, 건조기, 유아전용세제, 세척솔 등)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젖병 자체를 너무 많이 사면 젖병 일당이 주방을 점령합니다.

몇 개 안 사고 부지런히 설거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여차하면 아가들이 배고프다고 우는 가운데, 미친 듯이 젖병을 씻어야 할지도 몰라요. 소독할 물이 끓기를 기다리거나, 소독기를 막 가동해서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가급적 없는 게 좋겠지요. 하필 그게 밤중이라면 최악이고요.

물론 단태아보다는 더 사야 합니다. 어쨌든 매 끼니 2개씩 필요하니까요. 그렇다고 2배로 사는 건 많아 보이고 10개에서 12개가 평균 아닐까 싶어요. 제 경우엔 6개월 이전까지는 180ml 젖병 8개에 260ml 젖병 4개를 썼습니다. 혼합수유라서 설거지는 하루 한 번 정도 몰아서 했습니다. 완전 분유 수유를 한 6개월 이후엔 260ml 젖병 6개에 330ml 4개를 사용했습니다. 6개월 즈음 이유식을 시작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몰아서 하면 설거지는 하루 한 번 꼴이었어요.


2. 어떤 젖병을 사야 할까?

저는 MAM이라는 독일 젖병을 아마존에서 직구해서 썼습니다.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 소재(PPSU, PESU, PP, 유리 등)와 젖꼭지(더블하트 통용 등)일 텐데 태어나기 전에 이런 부분을 공부해두는 건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애들이 잘 무냐, 안 무냐'입니다. 그래서 미리 다 사서 완전 채비를 해두기보다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주는 것(주로 그린맘), 베이비 페어나 이벤트 등을 통해 얻은 것(내 경우 유피스, 유미, 모윰 등)을 몇 개 보관하고 있다가 아가들에게 직접 물려보고 반응을 살피는 게 좋겠습니다. 초반에 분유가 새서 옷도 많이 버리고, 애들이 싫어해서 운 적도 많고, 직구한 물건이 빨리 안 와서 초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일단 정착하고 나면 신경 쓸 일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젖병과 분유와의 관계도 중요한데, 국산 분유를 먹이느냐 수입 분유를 먹이느냐에 따라 더 잘 맞는 젖병이 있기도 합니다. 제가 MAM이라는 젖병으로 결정한 것도 hipp pre라는 분유를 먹였기 때문이에요. 물론 새지도 않고 애들이 잘 문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단편적으로 소재나 브랜드보다는 분유-젖병-꼭지를 '종합적'(이 점 때문에 육아고민이 더 어려워지는데)으로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겠네요.


3. 백일 전까지 육아를 하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초반은 말 그대로 수면부족과의 싸움입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고 모레가 엊그제 같을 거예요. 더구나 우리는 쌍둥이를 키우잖아요. 녀석들이 꼭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운이 나쁘면 번갈아 먹이고 재우느라 한잠도 못 잘 수 있고요. 단태아 부모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를 만큼 힘들다는 농담을 들었는데, 쌍둥이 부모는 '지금이 새벽 5시야, 오후 5시야?'라고 물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한결 쉬우실 거에요!’하는 팁을 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덜 우울하고 덜 지치는 비결이 있다면 '근무시간 구분하기'가 떠오르네요. 가령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일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는 석근,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는 야근으로 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경계 시간에 소박한 의식을 만들었습니다. 전 일근 출근하면서는 '립밤'을 발랐고, 석근 출근하면서는 바지를 '파자마'로 갈아입었고, 야근을 시작하면서 양말을 '수면양말'로 갈아신었습니다. 야근교대-말이 교대지 내가 퇴근하고 또 다른 내가 출근-를 하면서는 일력을 꼭 넘깁니다.

교대하면서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 서로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라고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브리핑을 하지요. 'ㄱ아가는 방금 기저귀를 갈았고요, ㄴ아가는 몇 시간 전에 왈칵을 했어요.'라고요.

이상해 보이시죠? 하지만 이렇게라도 시간에 마디를 주어야 지금이 몇 시인지, 아가가 태어난 지 며칠 되었는지 알고 육아를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신다면 아침마다 부디 양말이라도 꼭 갈아신으시길요.


4. 백일만 버티면 괜찮아질까?

선배 양육자들에게 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지금도 몹시 힘들어요. 백일을 지나며 아이들이 운 좋게 통잠을 자주면 좀 편해지지만 반대로 기고, 일어나고, 걸으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힘듦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그 내용만 바뀌는 것 같아요. 물론 쌍둥이 부모는 그 총량이 더 크고요.

한 선배는 '아이들이 어릴 땐 몸이 힘들고, 좀 자라면(아마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 정신이 힘들고, 더 크면(아마도 학교에 들어가면) 돈이 없어서 힘들 거다'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아니, 쌍둥이를 키우면 몸이 힘들고, 정신이 힘들고, 무엇보다 돈이 부족한 사태가 동시에 옵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거짓말은 못하겠습니다. 저는 괜히 백일의 기적을 기대했다가 이내 실망하고 우울해졌었거든요.


5. 분유 포트 꼭 필요할까?

저는 너무 잘 써서, 꼭 장만하시라고 권합니다. 브레짜든 쿠첸이든 뭐가 됐든 장만하세요. 좋은 것을 정성껏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두 명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생명이에요. 전 쿠첸 분유 포트를 선물 받아 썼는데요 이게 아니었으면 동시에 울어대는 두 아이에게 어떻게 단시간에 젖병을 물렸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분유도 마찬가지였어요. 산양이 좋으니 뭐가 변비가 안 걸리니 정보는 많았지만 저는 타는 방법이 간단한지가 제일 중요했어요. 그래서 72도에서 타서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혀야 하는 국산 분유는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수입 분유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성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40도에 바로 타서 먹일 수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했어요. 같은 이유로 어떤 아이템이든 여러분의 에너지(근력이든 시간이든)를 줄여주고, 경제적으로 크게 무리가 안 된다면 마련하시길 바래요.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고, 아주 드물게 함께 낮잠을 자 준 녀석들이 깨어나서 일단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남은 질문도 꼭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to be cont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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