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업무분장

쌍둥이 육아를 준비하는 당신께(3)

by 이진희

저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요. 두 사람 모두 육아휴직을 하고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기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쌍둥이'란 사실을 안 순간, 저 혼자는 못 하겠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조부모님들이 도와주실 의향이 있거나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형제자매도 여의치 않았고요. 그렇다면 계약관계에 의해 육아를 해 줄 분을 찾아야 한단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따져봤어요. 금전적으로나 심정적으로 오히려 더 부담이 되겠더라고요.


두 사람 모두 육아휴직을 내는 게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저지만 남편은 회사에서 남녀 통틀어 최초로 육아휴직을 낸 직원이에요. '애는 여자가 키우는 건데 너는 뭘 하겠다는 속셈이냐'로 시작해서 온갖 이야기를 다 들어가며 휴직에 성공합니다. 출산 후 한 달은 도우미 분을 모셔서 육아를 배우고, 이어서 남편이 합류했습니다.

제가 출산휴가를 먼저 들어왔고 출산은 제 몸과 관련된 것도 많아서 출산준비는 거의 제가 했지만 육아는 다른 문제였어요. 둘이 같이 해야 했기에 '누가 무엇을 담당해야 하나?'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어요.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부딪혔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요령도 생기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처럼 같이 육아를 할 경우는 물론이고, 양육자 중에 한 명이 일을 해서 주말에만 공동육아를 하는 경우에도 참고가 되실만한 이야기들을 적어볼게요.



남편이나 저는 자라면서 육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일이 전혀 없었어요. 여자라면 모성애가 있으니 잘 키울 수 있다고요? 전 개인적으로 모성애는 그로 인해 득을 보는 누군가가 만든 신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남편은 그 신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애를 낳긴 했지만 키우는 법은 나도 모른다'는 제 말을 존중해주고 두 사람 모두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했지요.


저희는 육아를 회사일처럼 접근했어요. 산후조리원을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원장님, 실장님 그리고 이모님들이 하시던 일을 다 우리가 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 아쉽지만 스파는 빼고요.

산후조리원에는 식사를 제공하는 주방, 빨래를 하는 린넨실, 하루 2번 아침저녁으로 청소해 주시는 이모님들, 24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신생아실이 있지요.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데요. 실장님의 업무도 있어요. 업체 홍보나 영업은 안 해도 되지만 신생아 돌보기나 모빌 만들기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외부업체와 협의하고 각종 민원을 상대하는 업무가 육아에도 있답니다. 회사에 비유하자면 경영지원팀의 행정업무와 중장기 전략을 짜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획부랄까요. 잘 와 닿지 않으신다고요? 육아를 하다보면 아래 같은 문제가 쉼 없이 발생합니다.

아이들이 쪽쪽이를 물지 않는데 그냥 안 물릴 것인가, 다른 브랜드의 쪽쪽이를 다시 시도할 것인가?
이유식은 언제 시작할 것인가? 사 먹일 것인가, 해 먹일 것인가?
안전매트는 어디에 얼마나 깔 것인가?
식탁의자는 맘에 드는 비싼 제품으로 살 것인가, 그와 유사한 저렴이로 살 것인가?

행정업무와 기획이 분리되면 일관성 있는 육아가 어려워집니다. 각자 사고 싶은 걸 다 사다 보면 통장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요.


의사결정은 단순 육아노동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예전에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양성평등육아 홍보만화를 봤는데 한 컷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분유는 몇 ml 타면 돼?'라고요. '이게 양성평등육아인가? 뭔가 아쉬운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회에 달린 댓글들이 화려합니다.

자기 애가 몇 ml 먹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육아를 한다고

저 남편, 저래 놓고 회사 가서 '내가 수유도 한다'라고 떠든다에 만원 겁니다

젖병 씻고, 소독하고, 조립하고, 물 끓여놓고, 분유 사다 놓는 건 아내 몫이고 꼴랑 그거 타 먹이면 양성평등?

남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주도적으로 조사하고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이 일할 때 벌어지는 이슈랄까요. 분유를 타서 먹이기 전까지의 준비와 노동과 의사결정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회사일 할 때도 꼭 중간에 끼어들어 엉뚱한 질문하고 남 일처럼 평가하고 판단하는 팀원 있잖아요. 전혀 도움 안 됩니다.

전 이 네 컷 만화를 보며 기시감에 빠졌는데요. 가을철 한 남자 선배가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장들 하셨어요? 주말에 했는데 힘들게 일하고 보쌈에 막걸리 먹으니까 너무 좋던데! 허허허'라는 거예요. 진정한 김장 경험이 있는 몇몇 동료들이 코웃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다 만들어진 속'을 '다 절여진 배추'에 넣고 어머니나 아내가 내어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에 겉절이를 말아서 막걸리와 드신 모양인데 그걸 김장이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진정한 김장은 몇 개월 전부터 시작입니다. 올해 김치 값은 얼마인지, 어느 동네 배추를 몇 포기 살 것인지, 시장에서 살 것인지 홈쇼핑을 통해 살 것인지 아님 그냥 절여진 걸 살 것인지 알아보고 결정해야 해요. 그 배추를 씻고 절이고 헹구고 다시 절이고 헹궈야 합니다. 배추가 끝이 아니지요. 고춧가루와 젓갈도 동급의 고민을 거쳐요. 그 후엔 무와 각종 야채를 장보고 손질하고 다듬고 절여서 속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한다면 여러 사람이 올 수 있는 날짜를 잡고 그 날에 맞추어 온갖 재료와 그릇-평상시 쓰지 않는 것들이 많아 창고에서 꺼내 싹 다 씻어야겠지요-을 준비해야 합니다. 끝나고는 또 대청소에 가까운 뒤처리를 해야 하고요.

다 만들어진 속을 다 절여진 배추에 넣고 용기에 담은 후에 일부 겉절이를 곁들여 보쌈을 내어놓는 것도, 물론 큰 일이지만 빙산의 일각이란 말입니다. 양성평등육아 홍보만화 속 남편의 '몇 ml를 타면 돼?'는 마치 김장의 보쌈 같은 거지요. 그래서 저는 불편했습니다. 어떤 분유를 먹일지, 몇 ml를 먹일지 누가 결정해주는 게 아닙니다. 애가 잘 먹는지, 남기는지 살펴봐가며 양 조절을 해야 하고 하루 총량도 무척 신경이 쓰입니다. 온도에 맞춰 물을 준비해 두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젖병과 젖꼭지는 또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인가요.


육아를 할 때, 현장에서의 노동뿐 아니라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좀 샌 것 같네요. 자, 본격적으로 업무분장을 해볼까요? 6개월 정도 해보니 한 사람이 전담하는 게 효율적인 분야가 있고, 공동으로 하되 정-부 우선순위를 두는 게 나은 분야가 있었어요.


1) 주방

- 어른의 식사를 포함한 이유식 : 남편

- 간식과 이유식 패턴 & 양 조절 : 나

- 설거지 : 그때 그때 여유되는 사람

2) 린넨실 & 기저귀 : 나(정), 남편(부)

3) 청소 : 남편(정), 나(부)

4) 아이 돌보기

- 일상 : 1인 1아가

- 안전관리, 목욕 : 남편

- 그루밍 : 나

5) 경영지원 & 전략기획

- 재무 : 나

- 전략기획 : 나(정), 남편(부)


처음부터 딱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하루하루 지내며 각자의 담당을 정해갔어요. 그렇지 않으면 메인 양육자가 이 모든 것을 맡아서 몸도 마음도 탈탈 털려요. 부 양육자는 사이사이 들어와서 '나 뭐하면 돼?', '분유 다 떨어졌는데 어딨어?' 같은 질문을 하고, 응가 닦던 손수건으로 애 입 닦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한 사람은 서럽고 억울하고 힘들고, 다른 사람은 '도와준다는데 맨날 뭐라고 한다'며 섭섭하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도 남편의 육아휴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제가 주로 알아보고 결정했어요. 하지만 출산 전부터 중간 고민 과정과 인프라 구축 결과를 알려줬어요. 어떤 부분은 남편이 준비부터 실행까지 메인 역할을 하고 중간중간 저에게 정보공유를 해 줬고요. 서로 전적으로 믿고 맡겨야 합니다. 못 참고 내가 떠 안으면 당장은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오래가기 힘들어요.

회사일도 마찬가지지만 이럴 경우, 부서 간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합니다. 한정된 시간과 노동력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니까요. 배구경기에서 선수들끼리 '마이볼~' 외쳐가며 해야지 안 그러면 어디서는 구멍이 나고 어디서는 한 팀끼리 공싸움을 해요. 남편 회사에서도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더군요. 서로 이야기를 안 하는 것보다는 세세한 것을 공유하는 편이 사고도 덜 나고 오해도 적다고요. 덕분에 남편은 육아휴직 첫날에도 '그래서 분유는 몇 ml 타야 해?'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호흡을 맞춘지 10개월에 접어든 요즘은 눈빛만 봐도 척척일 때가 있습니다. 남편이 애들을 식탁의자에 앉히고 식판을 걸고 있으면 제가 잘 말려진 턱받이를 가져옵니다. 남편이 이유식을 데울 때면 저는 분유를 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딘가 구멍이 납니다. 오해하고 짜증도 내고요. 그럼 다시 또 이야기 나누며 그 구멍을 메꾸고 서로의 컨디션을 확인해가며 하루를 견뎌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편이 되어야 할 때잖아요. 그 사실을 잊지 말자고요. 같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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