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이후 가정보육 놀이 아이디어
언젠가부터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는 일 외에 ‘놀아주기’가 또 하나의 과업이 되었어요. 그렇다고 새로운 장난감을 두 개씩 줄곧 대주기는 여러모로 무리고요.
저는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는 기능이나 생활습관을 익히는 걸 목표로 놀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 본인이 어른을 유심히 살피며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유아용 장난감보다는 몬테소리, 자기주도 놀잇감 쪽으로 관심이 갔습니다. 그렇다고 교구를 들이거나 이것저것 직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가급적 일상의 재료들에 아이디어를 덧붙였어요. 혹시 도움되실까 싶어 그 아이디어들 나눠요.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덧붙여서 스크롤 길어요.)
#1. 집안일
빨래 같이 개고, 청소할 땐 아이들에게도 작은 도구들 쥐어줘요. 물론 아이들 자거나 어른들끼리 후다닥 할 때보다 능률이 훨씬 떨어지지만 하면서 방법도 알려주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과업(작은 구역, 단순한 동작)을 주고 해내면 칭찬해주고요.
#2. 일상의 재료로 주변의 변화를 느끼게
꽃은 한 달에 한두 번, 같이 다듬고 꽂아요. 염려했던 것보다 난리 치지 않더라고요. 향도 맡고, 촉감도 느끼고 귀에 꽂기도 하고 꽃병에 나름대로 꽂고요.
색에 대한 이야기,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해 줄 수 있어요. 벌써 몇 달 했더니 다른 꽃을 만질 수 있어 신기해하네요. 직접 꽃시장에 데려가고 싶지만 코로나로 그건 포기하고 어른이 사 오거나 배달받습니다. 꽃꽂이는 무엇보다 제가 즐겁고 시간도 잘 가요. 먹는 것만 주의하면 됩니다 ^^;
일력을 사서 잘 보이는 벽에 걸고 매일 한 장씩 찢어요. 둥이라 번갈아가며 하는데 서로 하려고 해요. 아침에 찢고 또 찢으려고 하면 하룻밤 자야 찢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데 그럼 낮잠 자고 일어나서 또 하려고 해요.
찢은 종이로 종이비행기 접거나 공 만들어서 골대에 넣거나 찢기 놀이하고 휴지통에 버리는 것까지 루틴으로 삼아 보세요.
이렇게 달력이나 시계, 꽃 같은 걸 가지고 놀면서 시간, 계절, 날짜에 대해서 이야기 들려주고 있어요.
묵같은 식재료를 반은 떼어서 같이 가지고 논 다음, 챙겨뒀던 나머지 반으로 요리해서 먹어요. 놀면서 먹고, 자기들이 가지고 놀던 재료가 먹을 게 된 걸 신기해하면서 또 먹어요.
#3. ‘안 돼’ 소리가 나오는 걸 놀이로
물티슈 뽑지 마 - 뽑는 놀이
기어 올라가지마 - 기어오르는 놀이
꺼내고 찢지마 - 꺼내고 찢는 놀이
하지 말라는 말보다 안전하게 맘껏 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물티슈는 뽑는 것만큼이나 뚜껑여는 걸 재밌어하는 것 같아 하드보드지에 붙이고 그 안엔 자주 못 보는 조부모나 삼촌들 사진을 붙여뒀어요. 열어볼 때마다 같이 이름이나 호칭 불러보고요.
기어오르기는 수개월에 걸쳐 지긋지긋하게 할 텐데요. 그냥 그걸 맘껏 할 수 있는 장난감을 사서 한 달에 한두 번씩 모양을 같이 바꿔가며 올라가게 해 줬어요.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거기에 뭘 걸고 그 위에서 다양한 동작들 하며 놀더라고요. 장난감은 이렇게 하나의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변형이 가능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것만 사고 있어요. 모양 변형할 때마다 자기들이 직접 꽂고 돌려보려고 해서 그 과정도 놀이가 되네요.
싱크대에 관심이 많고 식탁의자에 안 앉으려고 해서 러닝 타워(키친 헬퍼)를 마련했어요.
두 개 사긴 가격도 부담되고 공간도 차지해서 고민이었는데 다른 양육자께서 널찍하고 안전하게 직접 만들어왔어요. 매일 여기서 한두 시간은 보내나 봅니다. 덕분에 ‘위험해. 올라오지 마!’란 이야기를 정말 덜 하게 되었어요. 둘이 있기에 점점 좁아지는데도 눈높이가 어른처럼 높아지고 아늑한 기분이 드는지 애용하네요.
#4. 소근육 운동도 일상의 물건으로
뭔가 꽂고 배열하는 걸 일상의 물건에서 할 수 있게 해 줬어요. 라디오를 조작하면 소리 크기를 익혀요. 주파수 맞추기는 손 움직임 디테일의 끝판왕이죠. (어른들도 잘 안 됨)
키보드 주면서 맘껏 두드리게 하고 모니터에 글씨가 나오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요.
구멍 난 목욕바구니와 아이들 빨대컵의 빨대 주면 꽂기 놀이 딱이에요. 그걸 잘하길래 달걀판에 송곳으로 구멍 내서 스파게티 면과 함께 줬어요.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곧잘 하더라고요. 조만간 화장품이나 미용도구, 조리도구에 도전해보려고요.
#5. 대근육 운동도 야외에서 도구와 함께
그냥 걷거나 집에서 뛰는 걸로는 성이 안 차보였어요. 야외에서 도구 주면서 하면 한결 오래 하고 빨리 지쳐(!)요. 눈을 치운다던다 뭘 옮긴다던가 하면서요. 물론 실제 퍼포먼스가 나진 않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놀아주는데도 어린이집에 다닌 후로 주말에 더 심심해하는 것 같네요 ㅎㅎㅎ 여러분들은 어떻게 놀아주고 계신가요? 여러 아이디어와 체험담, 댓글로 알려주시면 읽어보고 같이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