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가지고 노는 거야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오은영 / 김영사

by 이진희

국민 육아 멘터 오은영 선생님의 새 책이 나왔다. 최근 책을 소개하며 여러 매체에서 하신 인터뷰를 들어보니, 많은 부모들이 선생님에게 '들으면 알겠는데 잘 안 돼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모들이 편안하면서도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를 오래 또 깊이 고민해온 결과다.


요즘 나는 17개월 아들 쌍둥이를 키우며, 책 제목 그대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매일 고민한다. 대화법에도 관심이 많아 5년 전부터 비폭력대화(NVC)를 공부해 왔으니 이 책이 더없이 궁금했다. 바로 주문!


책을 받아보고 두께가 두툼해서 놀랐다. 하지만 술술 읽힌다. 권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짧지만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읽는 동안, 작가와 출판사가 목차를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뉴얼처럼 발달 시기별로 문장을 나열한 게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게 주제별로 배치했다. 내 경우엔 일단 정독을 하면서 발달 시기를 체크해 두었다. 나중에 때에 맞게 다시 읽어보기 위해서다.


오은영 선생님이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일관되게 말씀하셨던 메시지를 바탕으로 실제 문장을 제시해주어서 너무너무 유용하다. 많은 육아책과 대화법 책이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네거티브 메시지로 가득한데 (물론 이 책에도 이렇게 말하지 말라는 사례들이 나온다. 하나같이 입에 붙고 내가 들어오고 주변에서 많이 하는 말들이라 가슴이 뜨끔뜨끔하다.) 이 책은 대안을 아주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제시한다. 저자가 권하는 대로 여기 나오는 문장은 읽고 그칠 게 아니라 자꾸자꾸 내 입으로 소리 내어 사용해봐야겠다. 같은 한국말이지만 외국어를 배우듯, 눈으로는 절대 내 몸에 녹아들 수 없으니.


공부하고 있는 비폭력대화의 여러 대목도 겹쳤다. (비폭력대화는 관찰-느낌-욕구-부탁의 과정을 통해 공감으로 듣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화법이다.) 아이의 행동 자체에 곧바로 반응하기보다 아이의 욕구에 집중한다던가, 평가나 판단이 아닌 '관찰'로 말하기 등이 그렇다. 특히, '부탁'의 여러 원칙과 많이 맞아떨어진다. 비폭력대화는 모호하거나 부정적으로 부탁하지 말고, 욕구에 기반해서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라고 권하는데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 회화가 딱 그렇다. 이 책이 육아 회화 실전 편이라면 그 뿌리가 되는 기본 편으로 비폭력대화를 공부하면 더 좋겠다. 현실은 아이마다 다르고 부모마다 다르다. 그래서 아무리 사례를 많이 익혀도 막상 내 상황에 닥치면 말문이 막히기 쉽다. 그럴 때 비폭력대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실 한편에 이렇게 욕구 자석카드가 붙어있다. 왼쪽은 아이들(이 원할 거라고 나와 공동 양육자인 남편이 추측한) 욕구이고, 중간엔 아이들과 우리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욕구다. 그리고 맨 오른쪽은 양육자인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들이다.


아이들이 내 맘 같지 않아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아! 너한텐 노는 게 중요하지!’, ‘아~ 도전해보고 싶은 거구나?', '자율성이 정말 필요하구나~’라고 (애써) 이해해본다. 매번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꽤 높은 확률로 불꽃같던 화가 구들장처럼 은근해지고 이내 뜨뜻미지근해진다.

또 너무 기운 빠지고 의욕이 없어질 때 협력과 사랑과 배움과 안전과 재미를 떠올린다. 그래, 우리가 아이들을 낳기로 결심했던 처음의 마음은 이거였다. 그리고 '보람'과 '평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욕구다. 혼란스러울 때 이 욕구에 기반해서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가 없다.


요즘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지지'

‘먹지 마', '먹는 거 아니야', '먹는 거 아니라니까', '너어? (스읍~)'가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바로 바꾸었다.


그건 가지고 노는 거야.


아이들의 행동이 바로 달라지진 않았지만 눈을 부릅뜨거나 협박(그거 먹다가 목에 걸리면 큰일 난다)하고 경고(또 그러면 뺏는다) 하지 않으니 일단 내 에너지가 아껴진다. 쫓아다니며 말릴 땐 놀이로 생각해서 더 물고 빨고 하던 녀석들이 이제 슬슬 눈치를 채고 책이나 집안 살림을 입에서 슬그머니 뗀다. (오은영 선생님 만세!)


무엇보다 이 책은 부모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위로받고 다시 도전해 볼 용기를 북돋워준다. 수많은 부모들이 각자 긍정적이고 구체적이고 평화롭게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 말을 모두 모으면 이 책 보다 몇 배나 두툼하고 다채로운 실전 육아 회화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부모인 우리도 행복하고, 성장할 테고. 그게 오은영 선생님이 이 책을 펴낸 이유이자 꿈꾸는 장면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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