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육아를 준비하는 당신께 (4)
9. 수면교육
똑게 육아, 저도 들어봤습니다. 베이비 위스퍼, 저도 읽어봤지요. 아이 낳기 전에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계획도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닥치니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더라고요.
처음 수면교육을 해보겠다고 시도했던 게 6개월 즈음이에요. 그 전에는 '어리다는 표현도 아직 걸맞지 않은 저런 작은 아가를 어떻게 울려가며 혼자 재운단 말인가!'라며 해 볼 생각도 안 했어요. 6개월 즈음에도 며칠 하다가 '우리가 둘 다 휴직하고 애들 키우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누굴 위한 수면교육인가', '애들이 우리한테 언제까지 안기려고 할 것도 아니고...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주자'며 접었지요. 그렇게 어영부영 11개월 차를 맞이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안고 둥기둥가를 해줘도 잘 안 자고, 1시간 넘게 산책을 해도 자질 않고, 같이 재우려고 침대에 들어가 있으면 뒹굴고 노느라 1시간은 우습게 지납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엊그제부터 허겁지겁 시작했어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걸 후회하진 않아요. 당시엔 정말 안타깝고 걱정돼서 하기 힘들었거든요. 아이들이 품에서 안심하고 축 늘어진 느낌, 도닥도닥하다보면 잠이 들어 손이 툭 떨어지는 순간, 그 냄새와 호흡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제는 아이들 덩치도 어느 정도 자랐고, 자지러지게 울어도 금방 어떻게 될 것 같이 걱정되진 않아요. 오히려 무거운데 안고 재우기 너무 힘들고, 같이 누워있느라 한두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까 해볼 만하네요. 저는 비록 일찍 시작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허락하는 분들은 도전해 보시길요. 일찍 시작하시면 하는 만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하니, 응원합니다.
10. 육아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앱이나 콘텐츠
- 일상 기록 : 베이비 타임
육아 중인 분들은 모두 하고 계시죠? 전 나름 아날로그를 지향한다며 조리원에서 쓰던 양식을 받아서 아이들 생후 50일 경까지 종이에 적었어요. 물론 그것도 편한 점이 있어요. 산후도우미도 같이 기록할 수 있고요.
하지만 남편과 본격 육아를 시작하면서는 베이비 타임 만한 게 없더라고요. 더구나 우리는 쌍둥이를 키우잖아요. 기억력에 의존하지 마세요. 저도 애 낳기 전엔 나름 똘똘하다 소리 들었는데, 요즘은 방금 기저귀를 간 아이가 이 아이인지 저 아이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 아이가 하루에 ㅇㄱ를 세 번씩 하기도 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기억하나요. 분유량이나 낮잠시간도 마찬가지예요. 귀찮아도 기록해두시면 차곡차곡 아이들의 성장을 가늠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겁니다.
- 놀이 : 베이비 스파크
'차이의 놀이'라는 앱을 많이 쓰시지요. 저는 그게 개인화된 앱이 아니라서 잘 손이 안 가더라고요. 우리 아이는 아직 앉지 못하는데 해당 월령의 놀이는 대부분 앉아서 하는 거라거나. 그래서 막상 일상생활에서 할 건 별로 없었어요.
카페나 블로그를 참고해서 장난감을 주고 놀아줬지만 늘 이게 최선인가 싶었어요. 아이가 시기에 맞는 자극을 받으면서 커나가도록 도와주고 싶고, 이왕이면 재밌게 놀아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찾은 앱이 '베이비 스파크'에요.
이 앱은 매일 10개 정도의 놀이 콘텐츠를 제공해요. 대근육 발달, 인지 능력 등등 다양한 분야가 섞여있고, 무엇보다 각각에 대한 피드백(완료-너무 쉬움-너무 어려움)을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 피드백을 반영해서 다음 단계 혹은 전 단계 놀이 콘텐츠를 큐레이팅 해줘요.
저는 아이들이 표준 발달사항에 맞춰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더구나 쌍둥이들은 작게 태어나거나 일찍 태어난 경우가 많으니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쯤 기고, 언제쯤 서는 식의 표준 발달보다는 내 아이에게 자연스럽고 적절하고 안전한 자극과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베이비 스파크는 그런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앱이랍니다. 매일 아침 확인하고 짬짬이 해주다 보면 '뭐하고 놀아야 하지?' 하는 고민도 덜 하게 되고요. 영어 앱이긴 하지만 대부분 동영상이라 사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어요.
- 책 : 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필리파 페리 / 김영사
아이들 기다리면서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준비, 하고 계신가요? 아가라는 낯선 존재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돌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육아를 해보니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는 자극을 통해 내 상처가 반응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상처는 상당수 우리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시작되고요. 그래서 부모가 되기 전에 원부모(우리들의 부모님)와의 관계를 한 번쯤 다독일 필요가 있어요.
거기에 도움되는 책이 여럿 있지만 저는 이 책 한 권이면 족하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따뜻하고 두루뭉술한 에세이는 읽을 때는 위안이 되는 듯싶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될 때가 많았고요. 그렇다고 분석적인 심리학 서적은 끝까지 읽기 어려웠어요. 이 책은 그 두 장르의 장점을 잘 버무렸어요. 형식뿐 아니라 내용 자체도 제겐 매력적이었어요.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마음 돌봄, 이 책으로 해 보세요.
- 콘텐츠 : 베이비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예요. '하루 종일 육아하면서 뭘 또 다른 집 아이들 영상을 보냐' 싶어 처음엔 꺼렸어요. 그런데 생후 6개월을 넘어서면서 육아고민이 생기고, 주제별로 관심이 가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이쯤엔 이런 걸 해야 한다는데~'하는 조바심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줄 여유가 생겼달까요?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한 쌍둥이 아가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니 쌍둥이 육아를 준비 중이시라면 바쁘시더라도 짬 내어 보시길 권해드려요.
11.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12. 모유수유냐, 분유 수유냐
마지막 질문이네요. 가장 중요한 물음이기도 하고요. 출산 준비하며 고민 많이 되시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이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1년이 지나 보니 원하는 것을 찾아 준비는 할 수 있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란 생각이 듭니다. 가령 출산 방법에 대한 제 결정은 이랬어요. 여차하면 안전하게 제왕절개를 하고, 아이들 위치와 내 컨디션이 받쳐주면 자연분만을 해볼 수도 있다. 만약 자연분만을 하더라도 무통주사를 꼭 맞아서 가급적 고통 없이 출산하겠다. 그래서 26주에 대학병원으로 전원 해서 준비를 했습니다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통주사도 못 맞고 쌩으로 자연 분만했어요. 수유도 마찬가지예요. 가능하면 이러저러하게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은 제 몸과 아이들이 결정하더라고요.
많이 알아보고 준비하시되 남들의 경험과 나의 현실은 다를 수 있음을,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염두해주세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도 '다 신의 뜻이다' 생각하시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실 거예요. 출산과 수유,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내 몸으로 합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 결정하고 책임져야 후회도 미련도 없으실 거예요.
열 두개의 질문에, 주저리주저리 답을 적어 봤습니다. 두 아이들이 동시에 낮잠을 자거나 같이 잘 놀 때 짬내어 후다닥 쓰다보니 뭔가 빠지기도하고 그래서 아쉽지만 이 때 아니면 쓸 시간도 없고 기억은 점점 가물거려서 이게 최선인 것 같아요.
노하우를 공유하니 무척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아이들 기저귀만 한판 갈아도 녹초가 되고, 일희일비하는 다혈질 양육자에요. 그간 수천장을 갈았는데도 오늘 또 한 녀석의 기저귀가 새더라니까요. 이유식 시간은 난장판이고, 이제 막 시작한 수면교육은 또 어떻고요.
육아는 끝없는 실패를 견디는 일이구나 싶어요. 쌍둥이 키우기는 그 빈도와 강도가 두배 이상이고요. 오늘도 열심히 실패를 견디며 아이들을 돌본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