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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Jul 09. 2021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병

공황과 우울

문득 모두가 나를 헤치고 비난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득 사람들이 나의 실수와 허물을 알고 비웃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득 인파가 붐비는 곳이 불편하고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이 두렵다.

문득 집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울증이란 공황이란 그렇다. 


 자주 겪는 일이다. 그리고 쉽게 공감 받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공황이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것을 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정신에 하자가 있는 사람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기 때문이다. 어느순간부터 그런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이미 죽어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편견이 그들을 더이상 당신의 눈에 띄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악의와 비난과 무시와 조롱이 섞인 시선이 아니라도 충분히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순수한 무지가 아픔과 불편이 있는 이들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란 비하어린 인식으로부터 그대의 성숙하지 못한 인격이 아직 자유롭지 못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제껏 내가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온 사람들은 내가 그런 처지가 되어서야 그리고 그걸 내가 자각한 후 치료를 받고나서야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가 당신보다 못해서 아픈게 아니라 오히려 의사도 인정할 만큼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마다 다르다. 자기 판단에 대한 신뢰 과잉을 무어라 부르는지 아는가? "꼰대"라고 말한다. 


공격성을 거두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자. 밖으로 나가기 두려운 날이 있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아야 생기는 병이라 그런지 사람이 두렵다. 왜 그런지 근원을 찾기도 어려울만큼 만성화된 병이 나를 괴롭게한다. 


 그래서 나는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견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때론 견디거나 강해지란 말도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살다보면, 사노라면 하루 웃을 수 있는 날이 있고, 그런 시절이 모여 사람을 살게 한다.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이제 밖에선 그런 행복의 경험이 쌓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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