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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Jan 16. 2021

뭔가를 하면서 쉬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나요?

[뭔가를 하면서]

 뭔가를 하면서 쉬어야 하는 줄 알았다. 이미 일에 중독된 내 몸과 머리는 그랬었다. 한 없기 무기력해지기 전에 나는 한 없이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책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쓰던지 읽던지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누군가는 커피 한잔의 향과 함께 느끼는 종이 냄새가 어느 날은 역겨울 만큼 무겁게 맡아지곤 했다.  몸은 무겁고 게을러지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참 이상했다.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을까?


 그때는 가만있는 나를 용서해주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가난하다 못해 빈곤에 찌들어 아무런 빈자리가 없이 살았다는 증거다. 


 마치 카페인에 약한 사람이 커피를 한껏 들이켜 가슴이 일렁거리듯 내 마음은 안절부절못하고 할 일을 찾았다.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마음은 멈춰서있었다. 그 자리에 선 채로 갈 곳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잊은 것]

 어느 순간부터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뭘 해야 행복하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던 건 열심히 달리던 길 위에서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린 미아가 되어서였을까. 


나를 다시 찾기 위해선 많은 질문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전에 가장 먼저 질문을 하기 위한 여유가 필요했다. 살기 위한 여유 부리기. 나의 몸부림이자 최근까지의 나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말이라 할 수 있겠다. 


꼭 무언가로 시간을 채워야만 ‘잘 살았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빈 공간이 주는 여유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란 걸 나는 잊고 있었다. 문득 질문을 하고 싶어 졌다. 내 언어의 청자이자 이 글의 독자이신 당신은 어떨까? 여백을 잊은 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달리듯 당신은 쉼 조차 무언가로 채워야 하는 듯 숨을 헐떡이고 있을까. 그러다 쓰러지면 너무 어둡지 않을까? 때로는 멈춰 서서 등불 하나를 비추고 다시 불꽃이 다해갈 때면 다시 멈춰서 불을 켜고 걸으면 되지 않을까?


[겨울엔 밤이 길어지듯]

겨울엔 밤이 길어지듯 인생에 겨울이 찾아오면 밤이 깊고도 길어진다. 무서울 만큼 늘어난 그림자가 나를 따라오면 어디로든 밝은 빛을 따라 걷다가 숨어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추워서 몸이 얼어버리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다. 그럴 땐 따듯한 곳으로 들어가 몸을 녹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추위로부터 피해야 한다. 삶이란 것도 그렇다. 때로는 피해야 한다. 살을 에는 추위로부터 피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을 녹이는데만 집중을 해야 한다. 여백이 오히려 삶을 채운다. 더욱 살아갈 수 있게 생명으로 채운다. 


당신도 쉴 수 있길 바란다. 진정으로 쉼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꼭 무언가를 해야만 쉬는 게 아니듯, 지친 몸을 녹여 다시 멀고 먼 인생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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