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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교의 밤을 걸으며

by 광규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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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한강을 걷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의 힘이 있다.


거무튀튀한 강물을 보면 문득 그 안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오지만 나는 그것을 때서 짓눌렀다.


대학교를 다닐 무렵의 나는 우울한 날이면 항상 밤의 광진교를 찾아갔다.

아무도 없진 않지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길을 걸으며 조용히 울었다.

그때는 무척 그리운 곳이 있고 보고싶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째서 그렇게 외로웠던가 싶다.


사람들에게 보일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을 나는 광진교의 밤 위에서 다리 아래로 털어냈다. 한껏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날에는 걸어서 천호를 향했다. 그때는 그런 낭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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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이라도 광진교를 찾으면 그때의 생각이 난다. 그해의 나는 유독 힘들었기 때문에 대학원 특별전형을 포기하고서 학부를 다닌 이점을 완전히 버리고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섰다.


지금은 돌아온 길에서 떠나려 했을때 나를 잡아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들 모두 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뭘 해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힘들 때 내게 다가와준 이들을 잊지 못하며 나는 그렇게 나의 소명이라 생각한 길로 돌아와 다시한번 인생을 던졌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있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정말 오랜만에 그동안 지어놓은 것이 아닌 새로운 글을 쓰려고 머리를 싸맨다. 글도 쓰지 않으면 녹슨다는걸 실감하고 있다. 요즘은 정말로 글을 쓰는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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